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동양일보]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고 다수의 학부모가 원했던 상황이긴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온라인 개학’이 발표됐다. 개학은 하되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전시에도 천막 학교를 운영했던 대한민국 70여 년 교육역사상 학교가 장기간 문을 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유네스코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165개국의 학교가 현재 휴업 중이며 전 세계 학생들의 87%인 15억 명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번 교육 당국의 고육지책이 앞으로 원격수업과 온-오프라인 융합학습을 통한 미래형 학습모형 개발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카오스의 시대’에는 예측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얘기가 있다. 섣부른 판단과 예측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 보건당국이 내비치고 있는 ‘집단면역’방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집단면역(herd community)’이라 함은 면역학 용어로 “백신 또는 감염으로 한 집단에서 일정 비율 이상 면역력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스웨덴 국립보건원 텡넬 박사는 지금의 사태를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면서 적극적 차단보다는 일상생활을 하며 집단면역을 가질 때까지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사회의 많은 부분이 느려지겠지만 그렇다고 학교를 몇 달씩 닫을 수는 없지 않으냐"는 배경설명이다. 스웨덴 우메아대 감염병 학자인 요아심 로클로는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

"집단면역은 바이러스가 조용히(느리게) 전파한다는 명제로 성립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적 증거는 이 조용한 전파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방침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코로나 19가 어느 쪽에 무릎을 꿇을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모른다. 결국에는 이겨내겠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두렵고 혼란스럽다.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강요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혼돈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는 놈과의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14일간의 전쟁’은 코로나 19라는 보이지 않는 적을 고사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어전이다.

‘손 씻기’와 ‘마스크’와 ‘물리적 거리 두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장비의 전부다.

2m, 2주간의 물리적 격리 두기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스스로 갇힌 상태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때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현재로선 최선이다.

어제 0시를 기해 정부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 들었다. 해외입국자 ‘14일간 의무격리’ 카드다. 모든 해외입국자는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 국민에게 권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주시해야 하는 경계의 기간이며 차단해야 하는 방어의 기간이다.

물론 격리 생활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매복 중인 적진에서 소리를 내거나 불을 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4일의 방어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일상으로의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딸네 가족이 5주간의 친정 생활을 마치고 불안전한 복귀를 했다. 코로나 19로 치면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로 다시 내려갔다. 유치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두 살배기 막내까지 난민처럼 떠나보내는 맘이 편치 않았다. 뜻밖의 소득도 있다.

“우리 생에 또 언제 손자, 손녀들과 함께 북새통을 이루며 웃음꽃, 울음 꽃을 피울 날이 있을까.” 3대가 함께 살며 ‘사랑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5주간의 가슴 벅찬 추억이 코로나 19로부터 얻게 된 전리품이다.

’14일‘이 상징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덕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친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묵상하게 됐다는 고백이다. 사실이다. 코로나 19가 비록 재앙적 질병으로 다가왔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일상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자신과 이웃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정신적 ’집단면역‘의 과정으로 여긴다면 ’14일‘의 희생으로 얻은 귀한 깨달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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