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집단 활동 피해 배달·도시락 선호
식당·PC방에선 한 자리 건너 앉기 캠페인도
골퍼도 캐디도 마스크…골프장 목욕탕 폐쇄

청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해 운영하고있다.
PC방에서 이용자 동선파악 등을 위해 연락처를 기재해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중이다.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는 A(여·27·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3월 20일부터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모든 생활을 집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식사는 배달앱을 이용해 대부분 시켜먹고, 생필품도 인터넷쇼핑으로 대부분 구매한다. 외출 대신 유튜브나 게임 등의 서비스로 시간을 보낸다. A씨는 “너무 답답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보탬이 되고 싶어 ‘셀프 자가방역’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부·지자체의 권고를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집 안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자가격리’를 이어가고, 가정에서도 외식보다는 배달을, 함께 있더라도 각자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자발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직장에서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점심이 되면 북적이던 관공서 인근 식당가나 커피전문점의 풍경이 바뀌었다. 점심식사는 음식점에 가기보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고, 식당에 가더라도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에서 ‘한줄 식사’를 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2월 셋째 주부터 음식점 매출은 14.2% 하락했지만, 편의점 GS25의 2월 매출은 1월에 비해 10%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식당들도 고객들을 최대한 띄워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일부 식당에선 일본의 혼밥 식당처럼 테이블마다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청주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점원과 손님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로 된 투명 가림막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임 풍경도 바꿨다. 종교행사 등 모임도 당분간 중단됐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결혼식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스몰웨딩으로 치러진다. 청주의 한 직장인은 이달 초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대신 축의금만 계좌로 보냈다. 대전시의회 정기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상을 치르면서 삼일장 동안 조문을 받지 않았다.

PC방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옆 사람과 바로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좌석 배치 탓에 손님들에게 최소 1칸 이상 자리를 띄워 ‘한자리 건너 앉기’를 안내하고 있다. 일부에선 손님의 연락처와 이름을 남겨야 PC방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용하고 있다. 한 업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연락처 등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일상화에 대비해 공간배치를 다시 하는 부분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진천에선 일부 PC방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임시휴업을 결정하기도 했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홈트레이닝)족’도 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자체가 실내·외 체육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고, 헬스장과 필라테스, 요가, 수영장 등 여러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운동하는 공간들도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B(47·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씨는 “마땅히 운동할 곳이 없다. 집에만 있으니 살도 찌고 컨디션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를 보면서 홈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청주의 한 골프장에는 전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로비에 발열감지 열화상 카메라가 배치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 쓴 캐디는 서비스 정신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골프장 측에서 금지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의 귀띔. 로커 룸 등 공공시설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냉온탕 목욕을 하는 사람이 적어 샤워시설만 연 골프장도 많다. 악수 대신 주먹을 맞부딪치거나 바이러스 접촉을 막기 위해 핀을 뽑지 않고 퍼트를 하는 모습도 있다. 벙커를 고르게 하는 고무래를 비치하지 않고 대신 발이나 클럽으로 벙커 모래를 평평하게 고르게 하는 곳도 있다. 신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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