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정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조해정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동양일보]도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 사회인들은 피로가 누적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자연을 찾아간다. 줄지어 나열된 회색 건물들이 아닌 푸르고 울창한 산속에서 지쳐있던 눈의 피로를 풀고 나무들이 주는 피톤치드와 같은 좋은 영향으로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지만 산에 들어가 수많은 나무들과 하늘과 바람소리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더 이상 필요할 것이 없는 듯하다.

산이 주는 안락함이 좋아 산림을 전공했고, 진로 또한 전공을 이어 청주시청 푸른도시사업본부 산림관리과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제 막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임용 후 가장 중점적으로 맡고 있는 업무는 벌채(나무를 베는 행위)와 같은 산림사업에 관한 것들이다.

벌채 업무를 맡고 보니 본인 소유 땅의 나무여도 그냥 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누군가는 나무를 베고, 누군가는 다시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이 산에서는 많은 행위가 일어나는데 나무를 베면 수확한 임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나무를 베고 남은 빈 땅에 다른 사업을 해 또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벌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적정한 규제가 없다면 대면적의 무분별한 벌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산림은 소중하기에 벌채를 허가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해야 하고, 나무를 베기로 한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다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느꼈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다. 업무를 맡고 느끼게 된 것은 벌채는 필요 불가결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는 종이나 휴지,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펠릿, 목재칩 모두 나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양적으로 많기만 한 것보다는 질적인 향상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더 가치 있고 유용한 나무를 심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각 시‧군에서는 무분별적인 벌채 행위에 대해 충분히 규제를 가하고 있고, 적절한 벌채(조림이 수반되는)를 권장하며 건강한 산림, 순환하며 지속적인 산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국가적으로 분위기가 위축돼 소소했던 일상들마저 소중해진 지금, 청주시가 진행하려던 식목일(4월 5일) 행사 또한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위해 취소됐다. 하지만 건강해질 내년을 기약하며 당연했던 존재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식목일에는 늘 가까이에 있고,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라 여겼던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한 번씩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늘 있어 익숙했을 뿐이지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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