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 위주 예체능계 ‘부적합’…고3 생활기록부 마련 대책
충북교사노조 간담회…“유연 적응·공동체 형성‘ 긍정 반응

충북교사노조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지난 4일 청주시 운천동 한 카페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상 초유 초·중·고·특수학교 온라인 개학(등교)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학교가 단순히 교과 진도만 나가는 수업에 국한된 공간이 아닌 비교과 수업이나 공동체 활동의 관계 형성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북교사노동조합(충북교사노조)이 지난 4일 카페 들락날락(청주시 운천동)에서 휴업 중 학생실태 파악과 온라인 개학 대책 마련을 위한 자유토론 형식의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온라인 개학에 대한 염려와 걱정들이 터져 나왔다.

박진희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장은 "원격수업은 교과 진도를 나가는데 국한이 돼 있을 뿐"이라며 "실질적으로 학교가 교과교육 이외에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것이 온라인 개학"이라고 지적했다.

예체능계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한 수업이 익숙할지 몰라도, 예체능은 주요 과목 빼고는 모두 실기 수업"이라며 "온라인 수업이 적합하지도 않은 데다 배운 것을 연습해볼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표현했다.

휴업 기간 중의 혼선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휴업 중에 계속해서 온라인 과제를 내주는 플랫폼이 바뀌어 가입한 사이트만 세 군데"라며 "여태 진행했던 것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수업 자체가 집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가능한 가정 외에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밖에도 고3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 활동 등 특색 있는 생활기록부 마련을 위한 대책, 학급 단체 SNS방 운영의 피로도 문제, 학부모의 정보격차로 인한 온라인 학습 지도 우려, 유치원 원아들의 대책 마련, 부모의 걱정이 아이들에게 전이되는 스트레스 문제 등도 언급됐다.

반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훨씬 더 잘 적응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디지털 원주민인 학생들은 이미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학생들끼리 서로 온라인 사이트 접속을 도와주는 등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믿어보자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공통으로 학교가 단순히 교과 수업만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비교과 수업이나 공동체 활동의 관계 형성이 학교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학교라는 공간의 중요성과 소중함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유윤식 충북교사노조위원장은 "따뜻하고 친절하게 교육 주체들과 소통하는 것이 충북교사노조의 정신"이라며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의 걱정을 들을 수 있어 교사노조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알 수 있었다"고 공감을 표현했다.

교사노조연맹의 김용서 위원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교육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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