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영 경장 보령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조가영 경장 보령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동양일보]바다와 해양경찰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해양경찰이 응급환자도 이송해?”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해양경찰을 꿈꾸기 전 나도 국민들과 다르지 않은 생각이었다. 대학교 시절 해양경찰 관련 특강이 있었는데, 해양경찰 관계자는 “해상에서도 육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이 일어납니다. 범죄도 있고 환자도 있어요”라는 그분의 한마디가 나를 해양경찰로 이끌었다.

해양경찰에 투신한 지 햇수로 어언 5년이 되어간다. 1급 응급구조사인 나는 1년여간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구급’이라는 특별한 직별을 부여받고 해양경찰 흉장을 가슴에 달았다. 처음 발령받은 곳은 연간 약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서해안 최대 규모의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의 해상구조대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관리 중인 해수욕장에서 해양경찰은 개장 기간 동안 치안·구조·구급 등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왔다. 현장을 접하고 첫 번째 느낀 점은 ‘해양 경찰은 만능이어야 한다. 바다에서의 치안을, 특히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다재다능해야 하는구나’였다. 첫 발령지인 해상구조대를 찾는 환자는 다양했다. 조개껍질에 찔려 발바닥이 찢어진 환자, 해파리에 쏘여 허벅지가 벌겋게 부어오른 환자, 안타까운 익수 심정지 환자도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이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했고 그 경계는 무엇이라 빗대어 말할 수 없었다.

최근 해양경찰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보령해양경찰서 관할지역 도서 및 해안가, 해상을 포함하여 접수된 응급환자 건수만 159건이었다. 광활한 해역의 사고를 몇십 명의 경찰관으로 대응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상으로 빠져 익수환자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주는 골든 타임은 고작 3~5분이다. 예전 응급실에서, 소방서 실습을 할 적에도 환자 보기 여건이 이렇게까지 열악하지 않았다. 바다는 정적이지 않아, 환자는 사고현장에서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더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대처해야만 했다. 국민은 우리에게 해상에서의 경찰, 소방, 군인 모든 역할을 기대한다. 해양경찰은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우리가 아니면 해상에서 국민의 부름에 답할 수 있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해양경찰은 구급업무에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서는 특수구조 구급계를 신설하고 구급인력·장비를 보강하여 구급체계 선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근무여건도 여건이지만 응급구조사가 아닌 경찰관들이 환자를 처치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문적인 지식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 현장에 배치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중 기본이 되는 게 심폐소생술이다. 해양경찰은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을 진행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연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지난 1년간 구급특채로서 우리 직원들의 응급처치 능력 향상을 위해 심폐소생술의 필요성과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으로 하는 응급처치 방법 등을 교육했다. 또 심폐소생술 교육 외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외상환자 처치법, 잘못된 응급처치법, 해양원격응급의료시스템 판독법, 긴급한 이송을 결정하는 요인, 대량 인명피해 발생 시 환자 분류방법 등 응급처치에 필요한 과목을 교육했다. 응급처치 교육은 민간에게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민간해양구조대, 유·도선사업자, 한국해양구조협회, 초·중·고등학생 등 일반 국민에게도 점차 응급의료교육을 확대하여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도모해왔다.

해양경찰의 응급환자 처치·이송 체계는 해양경찰 해체 후 그 이름을 다시 찾는 동안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높은 수준까지 이르렀다. 높은 파도가 우릴 방해하고 거친 태풍이 막아설지라도 늘 그래왔듯 해양경찰은 국민 옆에 있을 것이고, 부름에 언제든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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