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세종 공직사회

세종시청 전경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세종시가 관내 공인중개사의 위반 행위를 무더기로 통보받고도 아무런 행정처분 없이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세종시 한 공무원은 경찰로부터 특정 공인중개사의 위법 행위를 통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적발돼 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7일 '세종시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작년 11월부터 1달 간 세종시를 상대로 운영 적정성 여부를 감사한 결과다.

보고서를 보면 세종시는 지난 2015년 이후 검찰과 경찰,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은 공인중개사 등의 위법행위 125건 가운데 38건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불법 전매 중개, 초과 보수 수수, 등록증 대여·양도, 실거래가 허위신고 등으로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조치 대상이었지만, 세종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38건 중 27건은 현재 행정처분이 가능한 '제척기간'이 지나 처분을 할 수 없고, 나머지 11건의 경우도 제척기간이 지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지자체는 관내 공인중개사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면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등록취소 또는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해야한다. 제척기간은 업무정지는 3년, 과태료는 5년으로 그 기간 안에 처분을 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감사결과 업무 담당자 A씨는 재판 결과가 확정돼야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임의로 판단하고 별다른 처분을 하지 않았으며, 이후 재판 진행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이런 내용을 후임자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감사원은 세종시에 주의를 주는 한편 A씨에 대해 행정처분 업무를 태만히 한 책임을 물어 징계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위반사항 11건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하라고 통보했다.

또 정부부처 공무원이 소속 기관 이전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주택을 취득한 경우는 취득세 등의 감면 혜택을 주되 근무지 이동 등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내 주택 매각·증여시 감면한 세금을 추징하도록 돼있지만, 세종시는 이 역시 부실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세종시 이주 공무원이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고 주택을 취득한 사례 중 이를 2년 내 주택 매각·증여 여부를 살핀 결과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 B씨 등 8명이 정당한 사유없이 2년 내 주택을 매각·증여했는데도 세종시는 감면한 취득세 등을 추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세종시에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감면 취득세 등 3200여만원을 추징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산지 개발자에게 산지전용 허가를 내어준 뒤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전용기간 만료 후 훼손된 산지를 복구하지 않고 수년간 방치 중인데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복구명령 등을 내리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정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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