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지급 대상 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산정 기준이 된 건강보험료 1000원, 2000원의 차이로 지원금을 받지 못해 발생할지도 모를 상대적 박탈감 등 불만이 벌써부터 쌓이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별 지원액이 더해지면 지원금 격차는 더 벌어져 불만 폭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해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도 모처럼만에 여야가 한 목소리로 동일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산해 소득 하위 70%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선별기준이 복잡하다 보니 기준선 차이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산정과정에 따른 행정력 낭비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아동 수당이 답을 말해준다. 아동 수당은 애초 소득 하위 90%가 대상이었고 지금처럼 수급대상을 어떻게 할지, 소득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를 놓고 논란이 됐다. 결국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지원대상이 됨으로써 이를 산정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했다. 2018년 9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첫 해 행정비용으로 1600억 원이 들었고 매년 1000억 원이 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아동 수당이 소득 재산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 돈을 지원하는 데 1600억 원을 썼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표적인 비효율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재정건전성 악화방지를 위해 50%를 마지노선으로 고수했던 기획재정부가 한발 양보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70%로 확대됐지만 형평성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 상대적 박탈감, 선별복지에 대한 저항감, 행정비용 증가 등 부정적 요소가 많아 합리적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애매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감 속이지만 재정건전성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져온 전 세계 비상상황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는 식으로 선별할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주는 보편지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중 6명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찬성하고 소득 하위 70%라는 지급대상 기준 대신 전 가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37.1%로 가장 많이 나왔다.

흥미로운 건 보수야당층에서도 10명 중 6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찬성이지만 그 지급 대상 기준에 대해선 불만으로 요약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지급을 주장하고 나서 국민적 여망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4.15 총선을 앞둔 매표행위라고 비난했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즉각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에산 25조 원은 2020 예산을 재구성해 조달하라고 했다.

뒤질세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의 1인당 50만원 지급에 대한 맞불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전 국민 지급은 정의당이 계속해서 요구한 사항이라며 민생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전 국민 소득 구분을 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1인당 100만 원은 지급해야 위기극복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여망에 정치권도 화답하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전 국민 확대 지급에 선을 그었던 청와대도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자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문제는 여기까지 오는데 정치권이 여전히 국민 삶은 안중에도 없이 뒷다리만 걸고 넘어졌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자 ‘총선을 앞두고 돈 풀기로 표를 구걸한다’고 맹공을 폈다.

그랬던 야당 지도부가 며칠 안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씩 일괄 지급하자고 말을 바꿨다. 당내 한 인사는 이를 두고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했다고 비난했다. ‘남아일언 중천금 (男兒一言 重千金)’이라 했다. 21대 국회에선 이런 정치인이 많았으면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