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취재부 부장

조석준 취재부 부장
조석준 취재부 부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이 저마다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가뜩이나 좁고 험난한 청년취업의 길이 꽉 막혀 버렸다. 한창 혈기왕성하게 일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나 이를 바로 보는 부모로서는 답답하고 화가 날 노릇이다.

결국 수많은 청년들이 열정 하나로 창업의 길을 선택하지만 이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청년 기업들은 자본이 없고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또 제대로 된 창업지원이나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다보니 많은 청년 기업들이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중도 포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청년 기업들을 고용·지원하는 발주·지원 기관이나 업체에서 사업파트너로 인정하거나 대우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다.

지난해 말 청주의 한 청년기업 대표는 상인회로부터 건물·점포현황 조사를 의뢰받고 곧바로 현장조사팀을 꾸려 업무에 착수했다. 30일간 한겨울 추위에 떨며 성안길 일대 330개 상가의 1311개 점포를 10개 구역으로 나눠 현장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조사한 내용은 해당 상가에 있는 점포의 주소와 연면적, 건면적, 토지면적, 건설연도, 건물·토지주 명의, 점포명, 층수, 층별 공실·엘리베이터·주차장 여부 등 총 11개 항목을 모두 330시간에 걸쳐 조사·기록했다. 이후 분석(300시간)과 확인(20시간) 작업을 거쳐 최종 마무리가 될 만큼 많은 공정과 노력을 기울였다. 유류대, 식대, 사무비용 등 현장조사 비용과 인건비조차 당장 지불할 수 없었기에 빚을 내면서 자금난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사비용을 지급해야할 기관에선 계약은커녕 대금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합의했던 조사비용 570만원에서 525만원→505만2000원→500만원→300만원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330만원을 삭감했다. 이어 자료집출간·디자인·SNS홍보(100만원)와 설명회대관·물품비·용품렌트비(100만원)를 포함해 모두 500만원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등 센터가 사업비를 절반 넘게 낮춘 것도 모자라 오히려 일을 더 얹어버렸다. 이에 해당 기관에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조사비용도 다른 곳에 비해 많았다고 항변했지만 명백한 갑질이고, 노동력 착취다.

“청년이라고 더 이상 아프기도 싫고, 이젠 도전보단 안정을 택해야 할 것 같다”는 청년기업 대표의 외침이 씁쓸하기만 하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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