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지난 10~11일 치러진 21대 총선 충북지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전국 투표율 동률을 이뤘다.

충북지역 사전투표율은 26.70%로 전국 사전투표율 26.70%를 정확히 맞췄다.

역대 선거에서 가늠자 역할을 해온 충북지역 민심이 이번 총선에서도 통할지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 기록된 사전투표율은 최근 20년간 투표율의 궤적과 추세를 놓고 봤을 때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직후 정치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민의 선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3년전 대선 사전투표율 26.06%를 뛰어넘었다.

애초 많은 전문가는 국민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선거 무관심 등을 들며 이번 사전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묻지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뻔뻔한 의원 꿔주기, 상식을 벗어난 유권자 모독 수준의 막말 등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사전투표율이 나온 것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도입된 제도와 예기치 않게 조성된 외부환경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총선 당일인 15일 투표장에 많은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서둘러 투표를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연동형비례대표제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오로지 정당용 득표로만 의석을 가져간다. 범진보·보수 양 진영의 다걸기 싸움에서 최종 의석 분포는 정당투표의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가 일정 부분 설명된다.

광주·전남북의 사전투표율이 전국평균을 훌쩍 뛰어넘어 30% 중반대를 기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뚜렷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데도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1+1'격인 비례대표 정당투표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마땅치 않다.

여야는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표의 소중함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여겨야 한다. 코로나19 공포 속에 마스크를 쓴 채로 길게 대기 줄을 서고 비닐장갑을 낀 상태로 선거사상 가장 긴 투표용지를 놓고 한표를 찍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단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방역적 관점에서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이 60%를 크게 상회하길 기대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국민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아직도 자유당 시절에 머물고 있는 정치권만 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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