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4인조 여성그룹 댄싱퀸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한 정화(엄정화 분)가 얼떨결에 서울시장 후보가 된 정민(황정민 분)으로 인해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와 가수로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 좌충우돌을 담고 있는 영화, 2012년에 개봉한 이석훈 감독의 '댄싱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원리원칙을 앞세우는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가진 정민은 실상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버거운 40대 가장으로 변했고, 왕년의 '신촌마돈나' 정화는 가수 꿈을 접고 평범한 주부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삶에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서울 시장 후보가 된 정민과 드디어 가수로 데뷔할 수 있게 된 정화. '댄싱퀸'은 거짓말 같은 '판타지'를 경험하는 두 중년 남녀를 통해 꿈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영화 '댄싱퀸'은 선거나 정치를 소재로 활용했지만 중년이 된 남녀가 어떻게 잊어버렸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새로운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게 합니다. 유년시절 남의 집에 세 들어 살았고,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자신이 처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쫒아 도전을 거듭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결과로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게 된 정민. 동기들 보다 다소 늦었지만, 7전 8기 끝에 간신히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합니다. 어느덧 그의 곁엔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 정화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까지 있게 됩니다. 이 정도면 정말 성공한 삶이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정민의 실상은 집값 1000만원이 없어 처갓집에 손을 벌리는 씁쓸한 형국입니다. 고민에 빠진 정민은 차라리 돈 보다는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인권변호사가 되자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국민영웅’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까지 제의 받게 됩니다. 그야말로 자신에게 더 이상 꿈은 없는 줄 알았던 그는 새로운 목표에 벅찬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게 된 거지요. 그리고 그의 아내 정화는 어렸을 적부터 ‘댄스가수’를 꿈꾸며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합니다. 그녀 역시 명문대학교 사회체육과를 다니며 원하는 것은 다하며 지냈습니다. ‘신촌 마돈나’라는 호칭을 들으며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는 그녀에게 있어, ‘댄스가수’는 어쩌면 숙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지만, 정화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결혼을 선택하고 맙니다. 그렇게 정화도 남편과 딸의 뒷바라지를 하며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고 있었는데, 기회가 또 다시 찾아옵니다. 에어로빅 강사로 아쉬움을 달래며 살던 정화에게 ‘댄스가수’의 꿈을 이뤄줄 대국민 오디션이 그것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녹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고, 결국 대학시절 만났던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다시 한 번 가수 제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 '댄싱퀸'은 관객들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영화를 보다보면 정민의 소년 시절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 받습니다. 경상도에서 전학 온 가난한 초등학생 정민은 전학 첫 날 구수한 사투리로 새침한 서울 초등학생들의 웃음을 삽니다. 담임선생님이 마침 비어있는 어린이 정화의 옆에 앉을 것을 지시하자, 당돌한 이 아이는 “이의 있습니다!” 라고 외칩니다. “자리가 비어있다고 해서 당사자의 뜻을 묻지도 않은 채 원치 않은 사람과 짝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항의하지요. 결국 학급 전체는 누가 어린이 황정민의 짝이 될 것인지를 두고 대대적으로 투표를 진행하기에 이릅니다. 영화는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현 시대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객과 더불어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실제 정치인들에 대한 신랄하고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웃음을 줍니다. 웃음 속에서 역으로 우리가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현재 필요한 변화는 거창한 꿈을 화려하게 실현시켜주는 마술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아진 윤택한 삶이다. 그 삶은 성공이 아니라 ‘꿈’을 위해 자기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미래를 지금 실현할 수 있는 것, 그럼으로 인해서 숫자와 계산의 문제에 숨차하던 현실에 생기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변화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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