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장

이태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장

오늘날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앞에서 인류는 너무나 나약한 모습이다. 하루면 전 세계 주요 도시로 갈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전염병이 퍼져 나가는 속도도 빨라졌으니,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질병을 겪었는데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왜 이리 힘들까?

제약사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자. 다국적 제약기업은 대부분 항생제, 혈압약 등 합성의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출발하였다. 1970년대로 넘어오면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짐에 따라 바이오벤처회사 창업이 활발해졌다. 대표적인 바이오벤처사인 제넨텍(Genentech)은 대장균에서 생산한 인슐린을 시작으로 허셉틴을 포함한 많은 항체신약을 시장에 출시하였다. 2009년 제넨텍은 로쉬(Roche)사에 약 56조 원(1달러=1200)에 인수되었고,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암젠(Amgen)(‘19년 매출 28조 원)과 길리아드(Gilead)(’19년 매출 26.8조 원)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였다.

왜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수합병을 하려고 할까? 제약산업은 물질특허를 20년간 독점적으로 누릴 수 있기에 약물의 이익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특허권 만료로 누구나 동일 약물을 제작 및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약값 저하로 이익률이 상당히 저하되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는 기술이전이나 기업인수로 신규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9년에 비엠에스(BMS)는 셀진(Celgene)를 약 88조 원에 인수하였고, 국내 기업인 브릿지바이오는 폐섬유증 후보물질을 14600억 원 규모로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 하였다. 기술도입 등의 투자비용과 실패한 연구비를 포함한 총 연구비를 허가된 약물 수로 나눠 평균을 내 보면 한 개 약물을 제품화하기까지 약 2조 원의 비용과 약 1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결과 약가는 점점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항생제와 같은 단기 치료 약물보다는 당뇨병이나 암 치료제처럼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약물개발에 점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최근에는 항생제를 연구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찾아보기 힘들어 앞으로 있을 내성을 지닌 세균의 엄습이 걱정된다.

또한 수익성을 위해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선진국형 질병을 중심으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HIV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에이즈 환자들이 서구에 많다 보니 다국적 제약사들은 경쟁적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연구하였고, 그 결과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었다. 미국 길리아드사는 C형간염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여 초기에 많은 수익을 창출하였다(미국에서 환자 112주 치료 시 1억 원 소요). 흥미로운 사실은 소발디라는 이 치료제는 효과가 너무 우수해 환자 수가 줄어들어 전체 판매액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는 달리 에볼라, 사스, 메르스, 뎅기열 등과 같은 질환은 선진국 형 질환이 아니어서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치료제,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WHO,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등은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질환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왔다. 에볼라 백신 연구를 살펴보면, 2003년 캐나다 정부 연구소가 유전자조작 약독화 생백신을 개발하였고, 이후 작은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 하였다. 2014년 머크(Merck)가 인수하여 임상연구 후 2019년 미국과 유럽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았는데, 이 개발에 비영리기관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역할이 컸다. Gavi는 빈민국에 백신 공급을 위해 설립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유니세프,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백신제조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즉 비영리기관이 주도가 되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차원에서 바이오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미국보건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도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존슨 앤 존슨사와 BARDA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제조를 위해 12천억 원을 공동투자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일환으로 난치성 질환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을 같이 개발하여 서로 공유하는 추세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지원하는 에이엠피(AMP)는 치매, 당뇨, 류마티스, 파킨슨질환 연구에 필요한 약물표적, 평가시스템 등을 정부연구소, 비영리기관, 글로벌제약사가 공동 투자하여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인 아이엠아이(IMI)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약품산업협회(EFPIA)의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세계 최대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다. 2008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52억 유로가 투자되었다. 이처럼 공공기관과 산업체들이 스스로 갖추기 힘든 기반 연구를 힘을 합쳐 협력하고 있다.

국내는 어떤 상황인가? 정부지원을 받아 설립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는 산업체, 대학교, 연구기관들과 협력체계를 갖고 바이오신약개발을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신약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술, 인력, 장비를 갖추고, 글로벌 역량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 대학교, 연구소, 벤처사, 제약사 등의 연구진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신약연구개발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 중심에서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신약개발지원센터가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