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이상하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충북과의 인연이 질기다. 충남 청양 출신에 외갓집은 충주이고 서울에서 학교, 정치 활동 등을 주로 해 와 충북과는 좋고 나쁠 하등의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다.

이 대표가 청주와 인접한 세종을 지역구로 선택하고, 충북과 관련 있는 지역 현안 추진과정에서 생긴 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20대 총선 때 KTX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KTX 오송역을 세종 관문 역으로 여기는 청주시민은 물론 정치권, 충북도,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KTX 오송역에서 15㎞, KTX 공주역에서 20㎞ 이내에 또 다른 역을 만드는 것은 세종역과 공주역을 다 죽이는, 고속철이 아닌 ‘지하철역’ 건설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세종시는 충청권 공조로 탄생했는데, 이해찬식 좌충우돌 정치가 충청권에 비수를 꽂는다는 비난은 더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잠잠해지는가 싶던 KTX 세종역 건은 이춘희 세종시장이 작년 10월 재추진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당시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 등이 잇따라 신설을 강조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불가 입장을 밝혀 마침표를 찍는 듯 했지만 그들의 발언은 되레 활화산이 됐다.

연장 선상에서 작년 11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차 청주를 찾은 이 대표는 충북과 세종시 간 갈등의 씨앗이 된 KTX 세종역 신설문제에 대해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방사광가속기를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할 말을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아니고선 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서 해서는 안 될, 어느 한쪽을 편드는 말을 해버린 것이다.

미래통합당에겐 공격 빌미를 줬다.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각 자치단체에서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펼치는 사업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전남유치를 약속했다는 언론보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후폭풍이 심상치 않자 민주당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이 대표의 광주 발언은 누가 봐도 잘못됐다. 선거철이 아니어도 여당 대표로서 경솔했다. 특히 이 대표가 KTX 세종역 신설 주장으로 충북도민의 껄끄러운 시선을 받고 있는 터여서 발언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충북도민에 사과하고 아울러 KTX 세종역 신설 철회 선언으로 정치 인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면 한다.

방사광가속기에 관한 한 미래통합당도 떳떳치 못하다. 방사광가속기 청주 유치를 위해 충북도와 정치권, 언론이 난리를 칠 때 통합당은 관심이라도 가졌나. 이 대표의 광주 발언을 ”옳거니 잘 걸렸다“며 선거용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게 계면쩍지는 않았나. 총선 공약에 슬그머니 끼워 놓은 게 민주당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이름도 생소했던 방사광가속기 신규 추진 배경에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충북도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못한다.

‘중이온가속기 건설 완료시까지 대형가속기 신규추진 보류’ 결정을 한 정부를 상대로 그 중요성을 설득해 추가구축 방향으로 바꾸도록 한 게 이들이다.

보류에서 추가구축으로 기존 입장을 튼 정부는 지난 8일 유치의향서를 마감했으며 청주·춘천·포항·나주 등 4개 지자체가 접수했다.

정부는 유치희망지역에 대한 실무 현장조사 등을 거쳐 오는 5월 7일 우선협상지역(1순위)을 선정할 계획이다.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3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개념설계심의위원회가 방사광가속기 규격을 충북에서 준비 중인 사양대로 의결했다는 희소식이 날라왔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호남에서 정치력을 무기로 자신들의 약점을 뒤엎으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방사광가속기는 획기적인 지역발전과 직결된다. 충북의 여야 정치권은 방사광가속기 앞에서 불구경하듯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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