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영국 정부는 주요 도시정책으로 쇠퇴지역의 재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빈집이 대거 분포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안을 시행 중이다. 2011년부터 빈집 재생과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지역 커뮤니티 정책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쇠퇴지역 내 빈집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정부는 주택의 공급, 무주택 문제의 해소, 지역쇠퇴의 방지를 도모한다.

영국의 캐노피 하우징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주도의 대표적 빈집 재생사업이다. 빈집 문제는 2008년도부터 두드러졌으며 대도시인 리즈시에서의 빈집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했다. 영국 북부 웨스트요크셔 주에 있는 리즈시는 인구 79만의 도시로서, 양모산업의 중심지였으며 엔지니어링, 철 주조, 인쇄 산업이 번성했다. 20세기 후반 전반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으나 '24시간 유럽 도시', '북부의 수도 건설' 등의 비전으로 되살아났다. 넓은 공원과 열린 공간이 많아 영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꼽힌다.

2008년도 기준 리즈시의 빈집은 전체 주택 물량의 5%인 17,000호에 달했다. 지역사회의 참여와 소규모 개량을 중시하는 빈집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 빈집의 정비, 장기간 임대 계약의 유지, 주택관리에 관한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했다. 빈집 전환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주도성을 갖는 주택관리 단체로서 캐노피 하우징이 조직되었다. 캐노피 하우징은 대부분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되었던 주택을 대상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주택개량 사업을 시작하였다.

캐노피 하우징의 구체적인 활동과 역할을 살펴보자. 1996년, 두 명의 리즈시 주민이 다수의 빈집을 지역사회 문제로 제기하였다. 이들은 빈집 전환 프로그램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길 원했으며, 지역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1997년 캐노피 하우징, 리즈시정부, 리즈시 연합주택협회 간의 협업계획이 수립되었다. 캐노피 하우징은 1998년에 커뮤니티 혜택 제공사업 조직체로 등록되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었고, 지역 내 빈집의 개량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1999년 부엌, 사무실 등의 건축물 개량을 위한 역량을 구축했으며, 실습 훈련 프로젝트의 실행과 함께 이듬 해부터 지역의 빈집 전환작업을 본격화했다. 또한, 2002년에는 42곳의 빈 창고를 주민을 위한 공동체 시설로 재활용하였으며, 2004년에는 난민 및 보호시설 거주단체와 공식적 협업 관계를 구축하여 주택과 자원을 제공하는 등 업무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2007년, 4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36호의 공가 전환 주택을 공급하였으며, 중앙정부는 본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상을 수여했다. 이후에도 리즈시 내 여러 지역에서 자원봉사자, 지역단체의 지원을 근간으로 거주민들을 위한 작업장, 사무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풍부한 지역 커뮤니티의 지원과 주민들의 관련 기술습득은 캐노피 하우징이 빈집 개량을 위한 실질적 업무 추진 시 직면했던 장애요소를 극복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캐노피 하우징의 활동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향유 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자원봉사자는 지역 내 다양한 연령층, 재능보유자를 포괄하며, 이들은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도색, 장식, 카펫 설치, 타일 작업 등을 함께 수행한다.

캐노피 하우징은 빈집 개량사업 수행 시 무주택자들과 협업하여 안전하고 저렴하며 질적 기준에 부합한 주택을 공급하고, 이들이 주택개량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자발적인 빈집정비 모델을 제시했다. 캐노피 하우징의 역할은 지역 커뮤니티가 지역의 재생을 주도하며, 커뮤니티 간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기존의 주거 취약계층의 임대를 유지한 채 취약계층이 새로운 커뮤니티에 합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주민들의 역량 증진과 고용환경을 개선하고자 힘쓰며, 관계 기관들과 프로젝트의 경험과 성패를 공유한다.

영국 리즈시의 캐노피 하우징은 커뮤니티 부문의 주도로 사업조직체를 결성하여 빈집 전환 프로그램을 추진한 사례이다. 본 사례는 빈집 개량의 전반적 과정에 주거 취약계층인 신규 임차인을 참여하도록 하고 주택관리조직과 협업 관계를 구축했으며, 다수 자원봉사자의 지원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빈집 재정비에 머물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주민참여 모델을 만들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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