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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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선거가 끝났다.

코로나 정국에 묻히는 듯 했던 4·15총선이 막판 표심을 불지르며 높은 투표율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결과도 역대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대야소 양당체재로 사상 최초의 결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만 과반인 163석을 확보한데다, 비례위성정당으로 총선 후 합당이 확실시 되는 더불어시민당 17석까지 포함하면 180석이라는 거대정당이 되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분열됐던 보수진영을 아우르며 당명까지 바꾸고 선거를 치른 미래통합당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4번 연속 패배를 했다.

비례대표제는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다당제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오히려 양당체제가 더 공고화됐다. 고질적인 서여(西與)와 동야(東野)의 골은 더 깊어져서 지역주의 극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졌다. 이러한 선거 결과에 대한 정리는 앞으로 각 정당별로 세밀하게 분석되고 기록될 것이다.

어찌됐든 선거는 어제로 지나갔고, 포스트 선거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문재인 정부와 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기에는 지금 너무도 많은 중차대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일부터 아사직전의 경제를 살려야할 일, 멀게는 나라가 가야할 로드맵과 떨어진 국격을 높여야 할 일까지, 발등에 떨어진 현안 문제들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한때 경제빈국이나 제3세계엔 거만할 정도로 으스댔고, 여권만 있으면 비자 없이도 188개 나라를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자만심에 차 있던 우리나라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쓰는 일에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고, 외유로 달러를 펑펑 쓰면서도 아까운 줄 몰랐다. 그런데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는 불감증이었던 우리들의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가 어느 분야에서 취약한지, 경제가 왜 휘청거리는지, 강점은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자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21대 국회는 정치와 경제, 외교, 군사 어느 것 하나 강대국들 사이에서 만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우울한 정국 속에서 탄생했다.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지,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보듬어줄 따뜻한 정치가 필요한 때 선택한 선량들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잘 부탁합니다” 읍소하던 후보 시절의 자세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유권자가 왜 자신의 대의자로 당선자를 선택했는지 그 표심을 잊지 말고 내 나라 내 지역을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일해주는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정치인들의 막말과 선동적인 말에는 지쳤다. 싸움을 위한 거짓과 포퓰리즘의 선동에도 신물이 난다. 정치인의 ‘말’은 그 나라 정치의 수준, 지난 20대 국회처럼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권력 쟁취를 위한 싸움판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제발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싸움’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고 싶다. 그래서 21대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당신들은 한 정당의 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21대 국회는 나라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쟁보다 민생 법안 처리에 앞장서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질서와 신뢰를 위해 제도권 정치가 담당해야할 역할을 잊지 않길 바란다.

세계의 지성들이 코로나19 이후 인류 문명의 변화를 예측했듯 우리 앞에 어떤 세상이 닥칠지 모른다. 21대 국회는 하루빨리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소통과 협치로 당면과제인 코로나19의 극복과 무너진 경제의 회복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선거일에 보여준 유권자의 기대와 희망을 4년 내내 가슴에 새기고 약속한 공약을 이행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을 신뢰하는 사회가 되도록, 의회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는 국회의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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