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협의체 안 거친 조례안 보류해야” vs 도의회, “코로나19로 농민 어려워”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보편적 복지의 실행여부를 두고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이견을 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농민단체가 주민 발의한 ‘농민수당 조례안’이 충북도의회 심의를 통과, 조례로 만들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협의체를 거치지 않은 조례안은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9일 도의회에 따르면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박우양)는 충북도가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지난달 30일 부의한 농민수당 조례안을 이달 22일 심의한다.

조례 제정을 청구한 농민단체 대표와 집행부도 참석, 이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게 된다.

산업경제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부가 공표하면 조례로서 효력을 갖게 되지만 이런 절차가 잡음 없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이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충북도가 월 10만원의 수당을 농가에 균등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지급 대상자는 7만5000여명에 달한다.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려면 연간 9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충북도가 영세농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인 ‘농가 기본소득보장’에 추진에 나섰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농가 기본소득보장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농민수당 도입 등 농정 개선 대책을 모색한 협의체 구성을 도에 제안했다.

도와 농민단체는 올해 1월 도의원, 공무원, 농민단체, 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농정협의체’를 구성,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 했으나 코로나 19사태거 터지면서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협의체 구성의 한 축이 될 충북농민단체협의회 회장도 공석이다.

도는 농민단체협의회 회장이 선출되는 대로 농정협의체를 구성, 농민수당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산업경제위가 이번 조례안 심의를 보류하고 농정협의체에서 결론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심의를 다시 해줬으면 하는 게 도의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산업경제위 내부에서는 조례안을 신속히 심의, 의결해 농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농민 1만3239명이 서명해 제출된 조례안인 만큼 가볍게 다룰 수는 없다”며 “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농작물을 팔지 못한 농민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며 “정부가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도의회 역시 농민들의 입장에서 조례 제정 여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경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농정 전반의 개선책을 모색할 협의체 구성과 주민이 발의한 조례안 심의를 연계해 처리할 필요는 없다”며 “도의회가 농민수당 조례안을 잘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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