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 취재부 부국장 / 공주·논산지역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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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서 생각해 보라"

이낙연 전 총리가 2002년 10월 민주당 대변인 시절 발표한 전설적 논평이다.

이번 총선에서 악성 네거티브에 시달리면서 상대에는 단 한번도 험한 말 하지 않은 박수현 후보에게 어울리는 명언이다.

박 후보는 2.3%p차로 패했다. 맞불 네거티브를 안한 아쉬움이 클수도 있는 초박빙 숫자다. 그인들 유혹이 없었겠는가. 할줄 몰라서도, ‘꺼리’ 또한 없어서도 아니었을 터.

그러나 그는 실체적 진실에 대한 확신과 ‘집단지성의 가치’를 택했다.

원래 네거티브라는게 모르고 믿었다면 분별 없고, 알고 퍼트렸다면 음험한 것이다.

자신은 순수하다는 도덕적 포장에 숨어 법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호전적 공격성을 무기로 삼는다.

후보에 대한 호오(好惡)와 사실 여부를 떠나 정책대결을 좀먹는 바이러스다.

강도가 칼을 휘둘러 놓고 ‘요리용’이라고 변명하는게 또한 네거티브의 속성인지라 진실을 말해도 먹히기 어렵다.

박 후보는 수차례의 악성 소문과 문건, 확대 재생산하는 여론, ‘친절하게’ 보도하는 언론에 둘러싸여 많은 상처를 입었다. 창졸간에 당한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그조차 ‘검증’이라며 견뎌낼 만큼의 맷집과 품위를 버리지 않고 큰길로만 직진했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이유다.

선거는 끝났고 승패도 갈렸다.

박 후보는 낙선인사 현수막에 “당선자님, 공주·부여·청양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유시민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으로 박수현 후보 등이 피해를 봤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에 “미안해하지 말라. 존경한다. 낙선은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끝까지 신사다. 품격을 잃지 않는 그에게서 민주주의의 꽃 ‘선거’가 지니는 함의의 향기를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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