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삼재가 들어왔느니? 아홉수에 있느니? 하면서 삼가 할 일은 조심하며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굳이 안 좋다는 일을 호기 혹은 객기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다 보면 조금씩 인생도 익어가고 자숙하며 살게 된다. 이것이 인생인가? 어느 시점에서 젊은 날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추억삼아 이야기 하며 즐기기도 한다.

사람 사는 인생 대개의 삶은 도긴 개긴 하다. 그래도 살아 갈수록 보리가 익어 고개를 숙이듯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양보하며 함께 사는 인생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인 듯하다. 허나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 가치관, 가풍 등이 상이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창의 모양과 색깔이 조금씩 달라 세상을 보는 것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요즘 은둔형외톨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세상을 사는 이가 많다보니 사람만나는 것이 두렵고 피곤하기도 하며 실질적인 대면이 불편하고 적응이 안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상황도 코르나19로 인해 사이버 강의가 이루어지고 대면수업은 당분간 어려우리라 본다. 사이버상에서 대부분의 학습 선생님, 친구 등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이 환경이 더 익숙하고 편할 수 있다. 허나 코르나19로 사이버 세상과의 관계가 장기화되면 사회의 구조와 속성이 변할 수 있다. 빠른 시일 내 일상생활로 전환하려면 코르나19의 안전 생활수칙을 준수하여 정상생활을 앞당겨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하지 말라는 구속된 삶으로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성향의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좋은 일 슬픈 일 구분도 못하고 황당무계한 상황에 빠져 정상적인 상황판단을 못하는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아픔에 처한 사람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아픔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아픈 마음을 들추기고 쑤시며 즐길 수도 있다. 정상적 사고라면 있을 수 없지만 판단력이 흐트러져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우리는 사람 ‘염장지른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은 ‘염장(鹽藏)지르다’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염장’이란 무엇인가? 염장은 소금과 간장을 아울러 이르는 말 혹은 간을 맞추는 양념의 총칭이고 ‘지르다’는 술이나 약 따위를 다른 약에 타다라는 의미로 ‘염장 지르다’는 ‘양념을 타다’라는 뜻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염장 지르다’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불만인 사람에게 옆에서 화를 돋우는 경우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

‘염장 지르다’의 어원에는 3가지 설이 있다.

첫째 소금과 간장을 의미하는 ‘염장’에 뿌린다는 뜻의 ‘지르다’가 붙어 소금이나 간장을 뿌리는 행위이며 생선이나 고기 등을 소금으로 절이는데 이를 옛날 죄인을 심문할 때 상처에 소금을 뿌림으로써 아픈 곳을 더욱 아프게 하는 고문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염통의 염에 내장의 장(臟)이 붙어 심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지르다’는 팔다리나 막대기 따위로 대상을 때리거나 찌르는 행위를 일컬으며 ‘염장 지르다’는 타인의 심장을 가격해 아프게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는 역사적 사건에 비롯되었다는 설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문성왕 8년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근거지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명목으로 심복장수 염장(閻長)을 매수해 장보고를 암살했다. 그래서 염장이 칼을 지르는 바람에 해상왕국의 영화가 안타깝게 무너져 이를 빗대 마음 아픈 일이 생기면 ‘염장이 칼을 지른다’고 표현한다.

세상 살다보면 힘든 일은 여러 번 있다. 그럴 때면 그 사람이 나에게 과거에 행했던 행동과 말들이 뚜렷이 상기된다. 너가 나에게 과거에 어떻게 했는데 하며 앙갚음을 하고 싶다. 하지만 상처는 새로운 상처를 만들고 후비고 돋울 뿐이다. 덮고 달래주어야 하는데 상처에 염장을 지르면 둘 다 패자가 된다. 그렇지 않고 아픈 상처를 덮어두고 새살이 돋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둘 다 승자가 된다. 쉽지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면 최소한 나는 나를 이기는 것이고 더욱 행복해 진다. 우리는 앞으로의 여생에서 우리 주변인에게는 염장지르지 말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염원(念願)해 주며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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