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악화된 환경 극복하느라 고통 배가됐다

진장환씨

작은 람보 진장환(66·보은군 보은읍 상주리)씨가 미대륙 5046㎞를 횡단하고 지난 18일 귀국했다.

진씨는 지난 2월 1일 오전 5시 59분 미국 LA 산타모니카를 출발, 지난 10일 오후 6시 8분 동부 지역 뉴욕시 유엔본부 앞 광장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장 69일 8시간 9분만에, 넷타임으로는 856시간 35분 43초라는 공식 기록을 세우며 파이널 라인을 밟은 것이다.

진씨의 기록은 미대륙 횡단에 성공한 280명 가운데 8번째 고령자이고 이중 60대 주자로는 최단 기록이며 소요일수로는 58번째이다.

2023년 세계직장인 올림픽과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유치를 기원하며 달린 진씨는 시간당 평균 6㎞, 하루 평균 12시간 14분, 72㎞를 뛰고 또 뛰었다. 부상으로 쉰 지난 2월 14일과 3월 10일을 제외하면 매일 70~80㎞를 뛴 것이다.

그는 유엔본부 앞에 골인할때 뉴욕 한인마라톤클럽에서 동반 달리기 등 지인들 환영행사도 계획했었으나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취소됐고 조카로부터 소박한 꽃다발을 받는 것으로 달리기를 마무리했다.

"함께 기뻐해주고 반갑게 맞아준 LA한인 마라톤 클럽과 NY 한인마라톤 클럽 회원들에게 진한 동포애를 느꼈다"는 진씨는 지난 17일 LA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으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진씨가 평소 체력관리를 했기에 마라톤은 문제가 아니었다. 물 설고 낯선 이국 땅 미국 문화도 아니다.

LA를 출발할때는 없었던 코로나 19가 뉴욕주를 진원지로 창궐하면서 장애환경으로 변했다.

멀리 달리는 마라토너는 에너지 충전을 위해 수시로 먹고 배설을 해야한다. 편의점이나 휴게시설도 생필품은 판매하지만 전염원이 우려되는 화장실은 모두 폐쇄조치해 용변 해결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국내서 컴퓨터 도상 화면을 통해 지리 공부를 많이 했지만 현장 적응에는 소용이 없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고 숙소를 찾으려고 하면 40~50km를 차량으로 가야했다.

또 오랜 세월 침식 작용으로 패인 협곡은 평원 개념을 잊게했다. 내려갔다 올라가는 고개길이 너무 많아 체력 고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등골이 오싹했던 일도 있었다. 가이드 하고 시간 약속을 하고 혼자서 밤길을 뛰기 시작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위험하니 더 이상 가지 말라고 했다. 전화 안터지는 산악지대 고속도로이어서 난감했다. 그래도 완주해야 한다는 욕심이 나서 앞으로 진행하는데 뒤 따르던 차량이 갑자기 앞을 막고 클랙슨을 울려댔다. 칠흙같은 밤중에 뭔가 용수철 튀듯 쏜살같이 산속으로 없어졌는데 알고보니 퓨마여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또 행색이 동양인인데다 수염까지 길러 볼품이 없다 보니 신고를 당해 검문검색을 당하고 사정사정 해 가면서 급행료까지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바이러스로 명명하는 바람에 동양인에 대한 푸대접이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지막 관문인 뉴욕주 입성이 눈 앞에 다다랐을때 이번엔 가이드가 주춤했다. 한국에 가면 진씨는 치료가 되지만 미국에선 진단과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어렵다며 뉴욕주 진입을 꺼려한 것이다.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포기할 수 없기에 가이드를 설득해 동행은 했지만 맨해튼 허드슨강변을 달리면서 사람을 볼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미국심니들이 집에서 해열제나 먹고 자가 치유되길 바란다는 말에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단연 돋보여 자랑스러웠다.

진씨는 충남 홍성 태생으로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15년 6월 정년 퇴직, 보은에서 제2의 삶인 마라톤에 심취해 있다. 진씨는 대한민국 고을 잇기 5000km를 뛰는등 2010년 울트라 그랜드 슬램도 달성한 바 있다. 보은 임재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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