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오늘도 율곡 이이는 창의융합적 문화산수인 구곡을 더 잘 알리기 위해 원격조종을 하고 있다. 창의융합을 강조하는 시대에 창의융합수준도 지성감천이다. 지식의 품격도 발품과 머리품의 품격에 비례한다. 지식이 인생을 바꾸고, 지식이 미래를 만든다.

‘구곡문화관광특구’에 대해 필자가 20년 동안 머리의 피로 쓴 논문 중에서 그 정수를 제공했다. 오늘은 한국 최고의 구곡인 화양구곡에 가서, 율곡이후 학통계승의 상징으로 기호지방에 지속적으로 구곡을 설정할 수 있게 계시를 내려준 불세출의 박학대현(博學大賢)우암 송시열과 대작해보자. 우암은 술에 시문(詩文)을 타 마시며 시흥(詩興)과 문향(文香)을 즐겼다. 오늘은 상상의 답사를 떠나자. 맛있는 별식을 먹고 명차로 입가심하고 ‘구곡특구’의 창의성을 만끽하자. 그래서 중국무한발 신종폐렴[코로나]의 공포를 잊고 ‘방콕’의 답답함도 해소하자.

첫째, 술 한두 잔은 혈액순환과 두뇌활동을 원활히 해주는 효과가 있다. 우암의 제자 최신(崔愼1642~1708)의 기록을 보자. [선생의 주량은, 몇 잔 드시는데 불과한데 말씀하시기를, “내가 본래 마실 수 없는데, 학습할 때는 몇 잔을 마실 수 있다. 대개 술은 요기가 되고 기를 보충하고 약효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문생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어찌 마시는 것을 익혀 기를 배양하지 않는가?”라고 하셨다. 해가 들어가면 저녁밥을 잡수지 않으며 말씀하시기를, “야식의 해는 굶주림보다 심하다.”라고 하셨다. 매양 글씨를 쓰실 때 반드시 한 잔의 술로써 약간 취하는듯한데 이르셨다. 이에 붓을 잡고 휘두르면 붓끝이 호방하고 강건하셨다.] 이를 통해 술 한두 잔이 기를 보충하고 두뇌활동을 왕성히 해주어 글씨의 기세가 호방 강건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한 잔 마시고 필력에 기세가 넘치는 명필이 되는 길로 가보자.

둘째, 선유거사(仙遊居士) 이녕(李寧1514년~1570년 이후 어느 시기)의 고결한 인품과 청빈한 생활이 새로운 음식문화를 창조한 사실을 주목하자. 그는 지금 괴산군 청천면 선유동에 선유팔경(仙遊八景)을 설정하고 신선처럼 살았다. 그만큼 선유동은 신선이 살 만큼 산수가 수려한 곳으로 꼽혔다.

이녕과 교유인물들을 연장자순으로 제시한다. 성운(1497~1579) , 이황(1501~1570) , 박지화(1513~1592) , 노수신(1515~1590), 송인(1516~1584), 구사맹(1531~ 1604) , 신응시(1532~1585), 이이(1536~1584),유성룡(1542~1607) 등이다. 모두 당대의 거물들이다. 이들이 이녕을 환대하고 예우해준 이유는 이녕의 청아한 기풍과 고고한 절의가 고인일사(高人逸士)의 지남(指南)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만헌(李萬憲)의 『소산공문집(小山公文集)』, <칠송거사전(七松居士傳)>을 통해 이녕의 대인관계의 품격을 알 수 있다. 그는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읍(揖)하는 것으로써 기본적인 예를 갖추고 과례(過禮)와 아부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녕은 청빈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빈객이 찾아오면 최소한 접대의 예를 갖추기 위해 자기 형편에 맞게 음식을 만들었다. 즉 메밀가루로 반죽하여 떡을 만들고 그 표면에 애밀(崖蜜:石淸:자연산꿀)을 바른 떡인 ‘구름머리떡(雲頭餠)’이다. 이는 이녕의 청빈하며 초속적인 삶과 인간적이며 자연친화적 감성이 창작해낸 명품이다. 필자는 이녕의 그 인품과 창의정신을 추앙 확산하는 의미에서 이 떡의 이름을 ‘신선의 떡’ ‘이녕표(李寧標) 구름머리떡(雲頭餠)’이라 명명한다. 이 떡을 만들어 선유동 문화관광음식으로 홍보하면 이녕의 청빈함과 예절의식 그리고 창조정신이 널리 확산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조가 될 것이다.

셋째, 심제현의 <괴강록(槐江錄)>을 통해 1700년대 중반 지금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절말에 있었던 쌍계사(雙溪寺:離溪寺)의 대략적인 실상을 알 수 있다. 당시 괴산군수였던 심제현(沈齊賢)과 연풍현감이었던 조유수(趙裕壽)는 쌍곡을 찾았었다. 심제현이 더위를 먹어 술을 마시지 않자, 조유수가 초록의 연잎으로 만든 청하주(靑荷酒)가 더위를 물리치는 효능이 있다고, 농담조로 편지를 보냈다. 육반다(六斑茶)라는 차의 이름도 거명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이제 주병다(酒餠茶)로 육체의 양식을 채웠으니 영혼의 양식을 채워보자. 술 한 잔에 책 한 줄, 이녕표 운두병 한 조각에 일상 속에서 창의융합법칙의 발견, 육반다 한 잔 음미하며 일순간이나마 홍익인간을 돈오(頓悟)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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