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유다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몇 해 전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 일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지독하게 가난한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어머니의 손이 아닌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14세에 출산과 동시에 미혼모가 됐고, 아이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죽었고, 그 충격에 가출해 마약에 빠져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았으며, 살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없는 107㎏의 몸매를 가졌다.

그랬던 오프라 윈프리는 전 세계의 1억4000만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영화배우로, 자산 6억 달러의 부자로,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 됐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얻고 싶다는 인기, 존경, 돈을 모두 가진 여성이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에 한 사람인 그녀가 밥 먹는 일 외에 하루도 빼먹지 않은 일이 날마다 감사 일기를 쓰는 일이다. 그녀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 중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찾아 기록하는데, 감사의 내용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오늘도 거뜬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유난히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해 주셔서, 점심때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내용이다.

그런 그녀를 본받아 쓰게 된 감사 일기는 내게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다가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는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잔 것에 대한 감사, 아침에 과일을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을 만큼 위가 건강해진 것에 대한 감사 등 정말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깊이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는데 부정적인 사건이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어도 감사 일기를 통해 의미 있는 일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날 친오빠가 사고를 당해 양쪽 다리가 모두가 부러졌다. 너무 심란했다. 다음 날 감사 일기를 쓰려는데 도저히 쓸 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써보자 마음먹고 ‘비록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술이 잘 된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다행이고 감사한 것들에 대해 적어나갔다. 다행히 지금 오빠는 빨리 회복해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운동도 나보다 더 잘한다.

그리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 앞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것을 보면 늘 화를 내곤 했는데 ‘화장실이 급한가 봐.’라고 생각하며 웃을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억지로라도 감사한 일을 적다 보니 경험상 쉽게 사용하고 있는 모든 일에도 감사하게 되고 당연하게 넘겼을 것들에 감사함을 생각해 보게 됐다. 그로 인해 다시금 그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소중함은 커져갔다.

그깟 감사 일기 몇 줄 쓴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감사 일기야말로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당연함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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