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충청북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이채영 농업연구사

[동양일보]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시작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20세기 온도상승을 주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 1만년 동안 1℃ 상승한 것과 비교해 지난 100년간 이미 0.74℃나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106년간 1.8℃ 상승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가뭄과 홍수, 폭염과 한파 등을 발생시킨다. 2018년 여름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되었다. 또한 지난해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으며, 겨울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3.1℃로, 관측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와 같이 온도가 높아지면 산업혁명 시기보다 기온이 4~5℃ 증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고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동․식물의 서식지가 점차 북쪽과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되고 있다. 한 예로 제주에서 주로 생산하는 한라봉과 레드향을 내륙에서도 생산, 판매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생태계가 변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작물 재배지도가 북상하여 주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오히려 특산물로 뒤바뀌게 될 것이다.

쌀은 우리의 주식으로 과거보다 먹는 양이 많이 줄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9.2㎏으로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됐다. 예전에는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많아야 좋은 쌀이라고 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품질과 밥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100년에는 현재보다 벼의 불임률이 증가하고 전분 축적이 잘되지 않는 유백색의 불완전미 생산이 많아지게 되어 전체적인 쌀 생산도 최대 30%정도 감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쌀은 벼 꽃이 피고 익는 약 40일이 중요한데, 그 기간의 평균기온이 22℃ 정도에서 잘 여물어야 밥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최상품 쌀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농업인들은 5월 상순부터 일찍 모내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품종에 따라 꽃핀 후 40일간 평균기온이 24~27℃로 높아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어렵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품종에 따라 조생종은 6월 중·하순, 중만생종은 6월 상순에 모내기 하는 것이 쌀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나 충북지역은 현재보다 20일 정도 모내기를 늦추는 것이 적합하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쌀 등급제가 시행되면서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현재보다 모내기를 최대한 늦출수록 밥맛 좋은 완전미(특등미) 생산량이 증가된다

지금은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쌀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논하기 보다는 한 끼를 먹더라도‘밥맛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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