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많은 국민들은 21대 국회에서 막말 정치인이 축출된 것에 대해 속시원해 한다. 그들의 저질 막말을 보면 국민을 국민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개·돼지로 여기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저들의 입에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이번 4.15총선에선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것도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로 말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응징이 기다리는지 단칼에 증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패인을 꼽으라면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오만을 들 수 있다.

신성한 태극기의 권위를 짓밟으며 자기들만 애국자인 양 행세하는 태극기 부대, 가짜 뉴스를 마구 쏟아내 사회 갈등과 국론만 야기하는 극우 유튜버, 자기들만의 하나님인 양 불법을 밥 먹듯 해 되레 종교를 욕보이는 아스팔트 기독교인, 그리고 국익은 뒷전이고 오로지 문재인 정권을 비판만 하는 일부 보수언론... 이들만 우군으로 착각한 게 한계였다.

여기에 막말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월호 막말 때문에 제명됐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간신히 선거를 완주한 차명진, 문재인 대통령 등을 상대로 한 막말로 두차례나 공천 배제될 뻔했던 전 기자 민경욱, 세월호와 5.18 막말로 비판받아 온 김진태 후보는 낙선했다. 또 보수 투사인양 ‘거친 입’으로 이념 대립에 핏대를 올렸던 나경원, 이언주, 전희경 후보 등도 외면당했다.

그런데도 대참패를 당한 통합당을 보면 선거 전이나 그 후나 전혀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여전히 ‘두 얼굴의 사나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선거 때 통합당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대해 ‘매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총선 앞두고 돈 풀기로 표 구걸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만일 줘야 한다면 편 가르지 말고 다 주는 게 낫다’고도 했다.

그런데 서울 종로에 출마한 당 대표 황교안 후보는 1인당 50만 원을 즉각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힘을 실어줬다. 이들의 ‘지원’ 덕에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여전히 전 국민 지급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선거를 거치면서 이것만큼은 여야 일치된 의견을 보여줬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 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을 안 풀면 국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고 풀자니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야당 공격을 받을 게 뻔해 이래도, 저래도 욕은 먹게 돼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 국민 100% 지급을 외쳤던 통합당이 돌연 말을 바꿨다. 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예결위원장이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해야 한다고 입장을 급선회했다. 당 대표,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나서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준 것이다.

선거 때 큰절로 도와 달라고 했다가 선거에서 참패당하니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꺾은 주호영 후보는 지난 18일 있은 KBS 토론회에서 외국이 극찬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국민들이 잘한 것이지 문재인 정권이 잘한 게 아니다”라는 황당 발언을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코로나19가 확산한 대구는 대구시민들이 문제지, 권영진 시장은 문제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한 누리꾼은 “1970년대 경제성장은 박정희가 한 게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 다 잘해서 한 거고 지금까지 박정희한테 속고 있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통합당은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 내내 뒷다리만 걸고 넘어졌지 ‘잘한 것은 잘했다’고 상대를 인정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권 맛을 본 정당이기에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역대급 참패라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종북타령 그만하고 두 얼굴의 가면을 벗어 던져라. 그런 후에 진짜 얼굴로 국민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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