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자 범행 가능성 없다면 진술 신빙성으로 판단해야”
고유정 측 “의붓아들 살해혐의 부인…전 남편 우발적 살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은 고유정(37)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22일 열렸다. 검찰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1심이 무죄로 본 것에 대해 비판하며 유죄를 주장했다.

이날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유정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원심에서 무죄 판결한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항소이유를 설명하며 작심하고 1심 재판결과를 비판했다.

검찰은 “피해아동의 사인은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이는 누군가가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며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막연한 가능성을 들면서 중요한 핵심증거를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태원 살인사건’처럼 제3자 범행 가능성이 없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의 진술 신빙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폐된 집안에 피해아동과 아버지, 고유정 3명만 있는 상황에서 범인은 아버지나 고유정 둘 중 한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재판부가 피고인이 전남편 1명만을 살해했다고 보고 양형 기준을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이 아닌 '비난동기 살인' 유형으로 낮춰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이 단순히 산술적 기준으로 갈린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피해자 유족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유정 측은 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씨 변호인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남편에 대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을 전남편에 먹인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당시 사건 현장의 혈흔 분석 결과에서 보듯 수면제를 먹고 혼미한 상태에서 수차례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5월 20일 오후 2시 진행된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의붓아들 살해사건과 관련, 의학과 마약분야, 디지털포렌식 감정 분야에서 5명의 증인을 요청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 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지난해 3월 2일 새벽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20일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정황상 의심은 들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 충북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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