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왜 우리에게는 저 터키의 케말파샤(아타튀르크)나, 체코의 하벨이나, 우루과이의 호세무이카처럼 국민에게 존경받고 숭앙받는 대통령이 없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속상하고 안타까워 왜장이라도 치고 싶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아프고 슬픈 역사로 점철된 과거만 있었지 국민이 마음 놓고 살던 국태민안과 강구연월은 별로 없었다.

독재가 아니면 대통령이란 사람들이 수천억 원의 돈을 긁어모아 착복하고, 그것도 아니면 나라를 결딴내다시피 해 경제를 파탄과 환란으로 몰아넣는 대통령은 있어도 저 터키의 케말파샤나 체코의 하벨, 그리고 우루과이의 호세무이카 대통령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직하게 혼신을 다한 대통령은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독재에 항거해 바른말을 하면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악독한 고문이나 하고 갖은 고통과 불이익을 주어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공포의 무단정치만을 능사로 삼던 작태.

하지만 어디 또 이뿐이던가.

이른바 신군부의 무지막지한 무소불위는 또 어떠했는가.

그들이 하는 게 법이요 그들이 만드는 게 제도였다.

그랬으므로 이들이 만든 법과 제도에 순응하며 이래도 예, 저래도 예 하는 목낭청이들은 편하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저항하거나 대항하거나 정면으로 맞서 항거한 이들은 혹은 죽거나 혹은 불구가 되거나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정신 장애자가 돼 한 많은 삶을 살고 있다.

단 한 사람 통치자를 잘못 만나서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서 세 사람의 대통령을 예로 들지 않을 수가 없는데, 먼저 터키의 케말파샤 대통령을 보자.

그는 터키당 혁명에 참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령관으로 참전했고 이후 그리스 침입 시 대항운동의 지도자로 정부와 연합국에 대항하는 가정부(假政府)를 조직해 국민사령관이 돼 승리한 후 연합국과 휴전, 로잔(Lausanne)조약을 체결해 터키공화국의 수립을 선언하고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다음 칼리프 제도를 폐지, 일부다처제의 금지, 회교를 국교로 하는 것을 폐하고 정부의 분리를 확립, 아라비아 문자를 라틴문자로 고치고 법전을 서유럽화 하여 부녀자에게 참정권을 주는 등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국부(國父)로서 존경받았다.

그렇다면 양심의 표상이오, 행동하는 지식인이오, 공산정권하에서의 반체제 작가로 유명했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사회(체코)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전 재산을 환원했다.

그의 재산은 프라하 일대의 부동산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인데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몰수당했다가 공산정권 붕괴 후 다시 찾은 재산이다.

하벨은 체코가 공산정권으로 공포 정치를 할 때 반체제 작가로 자유화 운동을 펴온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이런 하벨은 1988년 ‘프라하의 봄’ 때 작가 동맹을 이끌면서 개혁을 부르짖었고 옛 소련의 침공으로 핍박을 받으면서도 200여 명의 지식인, 성직자들과 ‘77헌장’을 결성했고 1979년 이후 4년 동안 투옥되기도 하면서 1989년 11월에 ‘시민포럼’을 결성, 이른바 ‘벨벳혁명’의 무혈혁명을 통해 체코에 민주화를 가져온 주인공으로 늘 ‘진실’을 좌우명으로 삼아 대통령에 당선된 후엔 청바지 차림으로 술집에 가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사람이었다.

그는 월급 10만 코루나(약 310만원)도 직무와 관련된 곳에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그렇다면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무이카는 어떤 사람인가?

그를 단적으로 말하면 독재에 항거한 애국주의자, 숱한 고문에도 살아나 하원의원과 농림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불사조 같은 사람이다.

그는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하며 초라한 집에 아내와 함께 살며 대통령궁을 집 없는 사람들에게 살게 했다.

이런 그는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2회 연속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아, 장할시고 호세무이카여! 오, 아름다워라 호세무이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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