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창동양포럼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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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9월 7일 토요일

나는 문재인과 그의 정치적 동지들이 그토록 목을 매는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남북통일이라는 구실로, 무조건 아부하는 태도가 역겨운데, 북한 쪽의 오만과 대응이 반감을 증폭시킨다.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한국전쟁─당시에는 6.25남침이라고 불렀다.─ 때 피난을 못가서, 반년 정도 북한 지배하의 생활체험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아도 입만 열면 이데올로기 타령을 하고, 과격한 선전 선동에 신물이 나는 나날이었다. 지금 TV 화면을 통해서 보는 오늘의 북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은 자주 동서남북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았고, 교수・ 학자들이나 관료들과 공공철학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다언무실(多言無實=말은 많은데 내용이 없다)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소감이다. 자기주장만 장황한 반면 남의 말을 경청하려는 자세가 미흡하다. 러시아는 과거의 문학이나 예술이나 철학에는 깊은 관심을 가졌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현재의 러시아에는 몇 번을 가보았으나, 전연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문재인 정권과는 국제 감각이 아주 다른 것 같다.



9월 8일 일요일

나는 문재인 정권이 언제나 어디서나 소리 높여 강조하는 공명・공정・정의라는 정치 경제 사회적 가치를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수용할 수 없다. 문재인이 주장하는 바를 잘 살펴보면 정의를 전적으로 공권력=국가권력의 행사를 통하여 실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의독재=정의가치 실현을 위한 독재에 지나지 않는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은 정의는 개개인의 자유(自由)와 자성(自省)과 자제(自制)가 그 기본전제가 될 때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적 사태발전 때문에 개개인의 자유와 자성과 자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게 될 때에 한해서, 국민적 합의에 의하여 제정된 법적 절차에 따라서 적절하게 대처하여야 하는 것이다.

공권력의 행사는 집권세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행사되면 사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권력은 자의적인 인치(人治)의 위험을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철저하게 법치(法治)의 원칙을 충실하게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는 이러한 의미의 법치감각이 희박한 것 같다.



9월 9일 월요일

조동삼 교수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이원오의 ‘황혼(黃昏)-3’이라는 시(詩)가 마음에 든다.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이 않고

方向感覺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不安한 마음에

멍하니 窓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好奇心과 希望이 있었고

젊어서는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切實하고

애틋한 親舊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보면

或是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老慾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所望하면서

黃昏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丹楓처럼

해돋이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9월 10일 화요일

외국에 와 있는데도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보통사람의 상식적 판단과 너무나 어긋나기 때문에, 국내외의 조롱과 비아양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나라사랑이 입은 상처가 심하게 아리다.

온갖 비리와 부정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절대적 다수의 반대를 묵살하고 법무장권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국민이 극심하게 분노하고 있다. 대한민국 ‘法務部’가 무법자의 장관임명으로 말미암아 ‘法無部’로 전락되고 말았다는 데에 대한 분격이다.

법질서 위반자를 법질서에 따라 심판대에 세우는 일은 검찰총장의 몫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겪게 되는 비상사태가 발생되었다. 현역 법무장관이 현역 검찰총장과 정면충돌을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조국과 절대로 갈라질 수 없는 아주 특수한 공동이해관계가 있는 것 같다.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능력과 책임수행 여부가 우리 모두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9월 11일 수요일

일본인의 한국 인식은 원래 별로 좋지 않다.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한때 일본 여성들의 뜨거운 열중물입으로 한일관계와 대 한국인식을 상당한 정도까지 개선시켰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천황이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이 있을 후에, 급격히 냉각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우호적 대일 태도 때문에 긴장관계가 계속되다가, 미국의 끈질긴 종용에 의해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국가가 기본양해가 이루어져 약간의 호전을 보이는가 싶었는데, 문재인 정권의 극단적인 반일감정 외교로 인해서 더 이상의 우호국이 아닌 적대국 관계가 되고 말았다.

한국을 비아냥하고 비판・ 매도・ 악담・ 냉소・ 무시・ 경멸하는 책자도 많이 나왔고, 잡지나 주간지의 기사도 넘쳐난다. 염한・ 반한을 쓴 것이면 무조건 잘 팔린다는 출판사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최근의 염한론의 홍수는 비정상적이다.



9월 12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우메다 3번가 17층의 우메노마라는 일식식당에서, 후지가미 회장, 우에모토씨, 야마모토 사장과 함께 점심을 하면서 담소하였다. 우선 토비오카 켄씨를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뻤다는 데에 대하여, 나도 그분에게는 도움을 많이 받았고 배운 바도 많았던 잊을 수 없는 일본인의 한 사람이라고 호응했다.

코마쓰시와 코마니 회사의 협력 사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국제도시 코마쓰 10년 계획이 양쪽의 합의에 의해서 공동추진하게 되었으며, 그 가운데 노년철학과 제론토피아 구상도 포함하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말도 있었다.

야마모토 사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래공창신문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데 공감을 나누었다.

노년철학 대화모임을 확장 발전시키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협조방안을 강구해 보겠다는 말도 있었다.



9월 13일 금요일

일본에 있는 동안에 즐길 수 있는 것은, 매일 아침에 신선한 여러 종류의 야채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소금버터식빵, 치즈, 소시지, 그리고 밀크 티가 모두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맛이 있다. 양질의 마도 갈아먹는데, 모든 것이 선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보다 싸다.

점심에는 연어, 고등어, 가자미, 도미가 맛있게 구어 포장된 것도 그냥 사다 먹으면 되는데,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시금치나 무나, 특히 양배추와 두부를 넣어서 만든 된장국이 구미를 돋운다. 낫또와 일본간장의 배합, 거기에 약간의 와사비를 섰으면 그야말로 진미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모즈크라는 해산물이 있는데, 그것도 나는 좋아한다.

저녁에는 가볍게 소화 잘되는 것을 먹는데, 우메보시나, 쓰케모노류를 발효보리를 섞은 밥과 함께 먹는다. 식사 때마다 식후에 아마자케(甘酒)와 요캉(羊羹)을 먹는데, 한국의 감주나 식혜 그리고 양갱과는 아주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내게는 일본 것이 더 맛있다.

그러나 나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일본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먹고, 한국에 가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먹는다.



9월 14일 토요일

오사카의 우리 집은 작은 아파트지만 살기에 편안하고, 여러 모로 편리해서 좋다 사방팔방으로 통하는 전차역이 걸어서 2분 정도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온갖 생활필수품을 고르게 갖춘 슈퍼마켓이 여러 곳에 있으며, 다양한 전문분야의 병원이나 진료소, 약국 그리고 나이 들면 때때로 찾게 되는 정골원, 지압과 안마와 침구의 시술소 등등이 모두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특히 내게는 그 어느 것보다 꼭 있어야 되는 크고 작은 서점들이 가까이 있어서 아주 좋다. 그때그때의 신간서적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서점에서 점검할 수 있고, 더 깊고 넓은 정보, 지식, 지혜를 위해서는 전차 타고 15분 정도를 가면 규모가 크고 구색도 충실한 대형서점이 여러 개가 있어서, 한 바퀴를 돌아보고 오는 것도 힘은 들지만 내게 있어서는 더 없이 행복한 일과가 된다.

세계에 여러 나라들의 여러 도시를 다녀보았지만, 언제나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예외 없이 서점이었다. 서점이 없는 도시는 내게는 사막처럼 느껴진다. 좋은 서점이 있으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9월 15일 일요일

오사카의 우리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조촐한 행복은 아침 일찍─계절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오전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일어나 세수, 세면, 세족, 세심을 마치고, 왕복 1km의 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한쪽에는 넉넉한 흐름이 심신을 정화시켜주는 강이 있고, 또 한쪽에는 곳에 따라 키 작은 나무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혼과 영을 미화시켜주는 강변의 소로다. 길은 더 멀리까지 펼쳐 있지만 내 체력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500미터를 돌아온다. 아침걷기를 하는 동안에 하루를 시작하는 몸과 마음과 얼을 정리하는 귀중한 1시간이다.

젊은 남녀, 중년의 남녀, 그리고 노년의 남녀가 한결같이 편안한 표정으로 산책하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더러는 인사말을 나누고, 더러는 말없이 목례를 나누고, 더러는 그냥 조용히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모두가 이른 아침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청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심・신・혼을 말끔히 정화시키는 것 같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기쁨이 불특정다수 타자들의 기쁨과 어우러지는 묘미를 충분히 음미하는 철학의 오솔길이 바로 가까이 있어서 오사카의 우리 집이 좋다.



9월 16일 월요일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춘하추동 계절의 변화에 상관없이 새벽 3시 전후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올리브유로 입안 청소를 하고─25분간─, 양치를 하고 온수(+레몬즙) 두 컵을 마신다. 1시간 후에 계피+생강+코코아+레몬+오리고당차. 또 1시간 뒤에 프로바이오틱스 한 알. 세수, 세면, 세심을 통하여 심・신・혼을 세척한다. 평균 3회 배변과 배뇨.

말끔히 비워진 몸과 마음과 얼에 새날의 새 공기를 한껏 채우고, 낡고 상한 공기를 남김없이 밖으로 내보내는 나 나름의 호흡조절운동을 한다. 험한 날이면 방안에서, 그러나 웬만한 날씨면 되도록 밖에 나가서 바깥공기를 호흡하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와 공기의 질 좋다, 보통이다, 나쁘다는 둥의 기상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대단히 번거롭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걱정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하루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오늘 오후 7시 50분발 제주항공 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서는 한국 나름의 삶을 통해서 노년철학 대화를 계속한다. 한국에서 찾는 행복은 일본에서 찾는 행복과 같을 수는 없지 않는가?



9월 17일 화요일

다시 한국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새벽 2시 40분 잠에서 깨었다. 이것은 오늘의 아침을 나열한 것이지만 보통 매일 나의 아침은 이런 루틴으로 시작된다.

깊은 심호흡으로 하루 시작─내장 깊숙한 곳까지 새 공기가 들어가서 묵은 공기를 밀어내고 내장 안팎의 공기순환을 열 번 반복한 다음, 스트레칭─손가락과 발가락을 동시에 움직이고 밤새 굳어진 것을 연화시키며 허리를 좌우로 흔들고 팔다리를 위로 펼쳐 올렸다 내렸다 열 번씩 되풀이했다.

그러고 나서 기상!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로 입안을 청소, 소금으로 양치, 곧바로 섭씨 60도의 온수+레몬즙 두컵, 내장상태에따라 3~4회 배변과 배뇨, 몸안과 마음속을 말끔히 비우고 씻어내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계피가루+생강+코코아가루+레몬즙+올리고당을 섞어 만든 계피차 한컵을 마시고 40분 정도의 신문, 유튜브, TV, 프로바이오틱스 한알

오전 6시 오늘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상태가 좋고 맑은 날씨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집밖으로 나가 1 km정도의 아침산책 후, 샤워하거나 세수, 세면, 세족을 끝내고 세심(마음을 씻음)

오전 7시 요쿠르트+견과류+사과 반쪽

오전 7시 30분 기주떡 한조각+야채+식혜 한컵

85세의 내게 있어서 하루의 시작은 다소 복잡하고 주의 깊은 매일 진행되는 루틴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병원신세 안지고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현재의 노년기 문제인 배변과 배뇨의 이중 장애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양생실천이고 천천히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이렇게 해서 커다란 부작용 없이 노년철학대화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 소박한 일상의 행복이며, 이런 삶을 오늘 이 순간까지 이어오게 된 것에 그저 감사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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