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년 충북도 에너지과장

김형년 충북도 에너지과장

[동양일보]우리 속담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과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 뜻을 종합해 보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어떤 건물을 짓든지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지질을 검사하고, 그 검사의 여부에 따라 건물을 세울지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지반이 약하면 흙을 다지고 자갈을 깔아서 기초를 튼튼하게 만든 후에 기둥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만약 모래 위에 누각을 세운다면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질 것이다.

최근 충북도의 최대 현안으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도민 모두가 온 힘을 모으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가장 중요한 입지여건은 ‘지질학적 안정성’과 ‘이용편의성’이라고 생각한다. 모래 위에 동화속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건물을 잘 지어도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하여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의 대형 연구장비는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지 암의 형태나 진동권, 자연재해 안정성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에 충북도에서 검토 중인 오창은 환경평가, 지질조사, 문화재조사 등 사전 행정절차가 완료된 지역으로 지질조사 결과, 단단한 화강암반이 넓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증명되어 대형 연구장비의 안정적 운용과 함께 건설비용도 크게 절감 기대되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충북 오창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내에 접근 가능한 교통요충지로 이용자들에게 1일 연구‧분석권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이다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빛의 100경배 더 밝은 빛을 만들어 내는 첨단 연구시설로 빛(전자, 입자 등)을 가속시켜 대상 물질의 물리적, 화학적,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것으로서 활용 분야는 크게 바이오의료산업, 반도체․전자산업, 에너지산업, 첨단기계․부품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에너지산업 분야는 전력반도체, ESS, 이차전지, 신소재, 친환경 미래 배터리, 태양광 모듈, 이온배터리 등 신물질 개발과 고성능․초경량 전기/수소자동차용 모터, 발전기 등 개발, 그리고 자가발전 바이오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시스템 개발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충북은 일찌감치 ‘생명과 태양의 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태양광을 비롯한 에너지산업을 적극적 육성해 왔으며, 전국 대비 태양광 셀 생산량의 73%(전국 1위), 모듈 생산량의 63%(전국 1위), 이차전지 기업체 생산액 1위 등 에너지 산업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왔다.

방사광가속기가 충북에 유치되면 현재 대선공약으로 추진 중인 충북혁신도시 중심 태양광기반 에너지산업클러스터 조성, 미래 수소경제사회를 대비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미래성장동력 이차전지산업 육성 등 기술혁신 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및 실증을 통한 기술사업화, 시험평가·인증, 인력양성 등 기업지원으로 에너지산업(태양광, 수소, 이차전지 등) 및 에너지 연관산업(설비‧부품‧장비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충북은 에너지, 바이오, 반도체, 화학 등 관련 기업 집적지로 이용수요와 활용 확대가 기대돼 조기성과 창출이 가능하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충북테크노파크 등 과학과 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입지 우수성을 두루 갖춘 충북이 방사광가속기 구축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어 충북 미래 신성장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