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희 논설위원/강동대 교수

[동양일보]요즘 코르나 19 못지않게 트롯(Trot) 열풍이 한창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멜로디인 트롯은 흥이 가볍고 경쾌하며 편안한 음악 장르이다. 우리 귀에 익은 노래 중에 1992년 서울대 출신의 김명애라는 가수가 부른 “도로 남” 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말이 코믹하게 세상사를 풍자한 노래로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가슴 아픈 사연에 울고 있는 사람도 복에 겨워 웃는 사람도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아아아! 아아아! 인생!”이다. 2절도 돈과 돌을 풍자하여 노래한 1990년대의 유행가이다. 이렇듯 대중가요는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많다. 그것은 동일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배에 따른 감정을 공유하며 느끼는 것으로 이는 나이 대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다. 우리가 어릴 때 듣던 그 노래가 당시에는 별로였는데 세월이 지나 그 음악을 찾아 흘얼 대며 좋아한다. 흔히 우리는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칼로 살 베기이다. 이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매우 공격적인 말로 상대를 제압하려하기 때문 이다. 감정이 이성을 크게 앞서 서로에게 강한 말로 제압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님이 남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은 님과 남에 대하여 논해 보자

그렇다면 님이란 무엇인가? 님은 두음 법칙에 의하여 임이 된다. 명사 뒤로 가면 님이 된다. 과연 임이란 무엇인가? 임은 사모하는 사람 혹은 주인(主人)의 옛말이다. 님으로 사용 시에는 사람의 성이나 이름 다음에 붙어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로 씨보다는 높임의 뜻이다. 속담에 “고와도 내 님 미워도 내 님”은 좋으나 나쁘나 한번 정을 맺은 다음에야 말할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이란 무엇인가? 남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 혹은 일가가 아닌 사람 또는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관계를 끊은 사람이다. 속담에 “남 떡 먹는데 팥고물 떨어지는 걱정 한다”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걱정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에게 님 남 놈 세 개의 단어가 있는데, 이는 나의 마음에 따라 다르다.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애증의 관계로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지독한 모순의 관계는 부부이다. 분명히 어느 한 때는 서로가 님! 이라 하였는데 어느 날 "아유! 무슨 놈의 님! 남만도 못해 남이야 남!" 이라며 한탄하는 관계이다. 님에 한 끝 차이로 남이 되는 관계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살 맞대고 고생하며 살았는데 작은 불씨가 커져서 남이 된다. 뒤도 안 돌아보고 살아 갈 수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부부란 전생의 원수가 현생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 부부란 참 소중하고 애증 맞은 관계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다. 부부사이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첫째 너무 다를 수밖에 없는 남녀의 차이 둘째 결혼 전 서로가 가졌던 배우자 상에 대한 기대치 셋째 서로가 결혼 전 가졌던 이상향으로 남자는 어머니! 여자는 아버지! 넷째 분노 문제로 갈등의 상황에서 화를 적절히 다루지 못하면 작은 화가 대마(大魔)가 된다. 흔히 외도 알콜과 도박 중독 경제적 사치 등이 이혼의 사유라 하나 사실은 아니다. 작은 이유는 될 수 있으나 더 큰 이유는 모멸감 이라 한다. 인간만이 자존심을 소유한 유일무이의 생명체라고 한다. 내가 던진 작은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 부부사이 최고의 명약은 인간적 연민으로 서로 아파하는 마음으로 "저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만났으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을 텐데~ 나 만나 고생이지“하는 아끼는 맘이 최고의 해결책이라 한다.

50년 100년을 해로해도 부부에게 좋은 관계는 인간적 관계의 형성이다. 이는 연민보다도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상대방이 밉고 싫어도 그 것은 나의 마음이지 상대의 마음은 아니다. 내가 그런 감정의 마음을 소유한 것이다. 우리가 반 100년을 살아도 좋아 죽을 것 같던 님이 남처럼 귀찮고 싫어 질 때도 있다. 남은 다가와 친구 혹은 연인이 되기도 한다. 남이 님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밝힌 적 없는 달 흔든 적 없는 지구 가꾼 적 없는 자연도 어느 날 나에게 예쁜 님이 되어 다가온다. 우리 주변에는 남이 어느 날 도로 님이 될 수 있는 것이 수 없이 많다. 도로남이 도로님이 되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면 행복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돈이 최고이나 받침 하나 바꾸면 하찮은 돌이 된다. 님도 남도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으로 남은 님으로 돌은 돈으로 만들어 험난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