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묵 전 공주시 시민국장

이태묵 전 공주시 시민국장

[동양일보]공무원을 퇴직한 후에도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것 하나가 고마건축 이야기입니다. 곰과 나무꾼의 비극적인 전설이 흐르고 있는 공주 고마나루에서 붉은 건물 ‘고마’를 바라다보십시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조각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직육면체구조의 3층건물, 붉은색 테라코카타로 마감한 이 건물은 살구나무정원과 연못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건물내부는 컨벤션센터, 세미나실, 전시관 등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다가 외부는 겨울군밤축제장과 여름공주 음악축제장이 될 만큼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라지요.

대지모양과 꼭 같은 붉은 색깔에다가 튀어나오고 들어간 것 없이 잡다한 장식을 배제한 형태로 언뜻보면 네모반듯한 멋없는 건물로 보입니다만, 드넓은 대지 위에서 갑자기 툭 솟아오른 듯하지 않나요? 건물 양쪽에 기둥이 3개씩 서 있어 피아노 형상 같기도 하고, 멋을 부리지 않는 게 멋이라는 곰 같은 우직한 느낌도 듭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건물을 둘러싼 살구나무 공간은 지대가 높고, 중앙부의 건물과 그 앞에 연못은 낮은 지대를 이루고 있어요. 건물의 2층이 주 출입구와 같은 높이라면 건물1층은 연못수면과 같은 높이입니다. 당초 논바닥을 그대로 살린 건물・연못과 금강모래로 메워 만든 정원을 과거와 현재의 특성으로 대비시켰고, 직선이미지의 건물과 구불거리며 흐르는 금강의 곡선 이미지를 연못에 담고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대지의 수평적 구성과 건물의 수직적 구성의 형태에서 단로로움을 탈피하여 다이내믹한 입체적 볼륨감도 엿보입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수변공간을 구성하여 물 위 발코니에 앉아 쉴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과 계단식 객석과 공연무대의 기능적인 면이나, 사방에 출입구의 도입부를 길게 두어 번잡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느끼도록 한 것도 특이합니다.

분수대의 힘찬 물줄기까지 뿜어올리면 저 붉은 건물에 반사되어 곰들이 피로써 절규한 징표라도 된 듯한 느낌 마져 들게 합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8m아래 논과 밭의 하우스가 널브러져 있었지요. 늘 건축물이 그렇듯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담는 건축설계는 어디까지나 건축가의 몫이지요.

하지만 국립박물관, 선화당, 연미산, 고마나루 솔밭과 이미 터를 잡고 있는 한옥마을이 이웃한 개발선택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고, ‘고마’ 탄생의 시발점은 이루고자하는 의지와 아이디어가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2010대백제전의 장소를 금강둔치공원를 그대로 사용하면 개발병행효과가 없다는 판단과 확정된 정책을 목전인 2008년에 뒤집는 판단이 교차한 거죠. 잘못되었을 때 책임이 따르고 토지매입비 100억원과 구릉지를 메우는 비용 50억원, 건축비 200억의 재정확보도 난관이였지만 행정절차를 기간내 진행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지요. 엄청난 일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술관과 공연, 전시 등을 할수 있는 시설, 계획서를 만들고 전문가 용역, 공유재산관리계획, 중앙 및 지방투융자심사, 문화재지표조사, 의회승인, 도시계획변경승인, 의회승인을 거쳐 토지매입과 문화재현상변경허가에다가 6만 6291㎡ 토지매입까지 전반적인 행정절차를 다 마친 기간이 불과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도전정신은 그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발동되나 봅니다. 2010대백제전을 치루고 그 대지위에 국도비를 확보하여 고마를 짓던 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내년에 2021대백제전을 다시 채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뜻을 모으고 힘을 아끼지 않고 함께 탄생시킨 ‘고마’를 바라보면서 지난날 후배공무원들이 생각납니다. 그 때 그 도전과 땀이 없었다면 현재 고마자리가 어떻게 변했을까. 이런 고마가 나에게만 아름답게 다가오는 기억의 감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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