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작가, 창작 여정 담은 산문집 <두루마리> 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젖배 곯은 아기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밤송이머리 소년에서 검버섯 늙정이로, 해지는 서녘에서 동트는 새벽으로 팽팽 돌아가는 시곗바늘은 마냥 제멋대로이다. 바늘 끝에 올라탄 나는 티끌처럼 바람에 날린다’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50년 넘게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70대 중반 현역 작가의 문학적 삶과 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산문집이 발간됐다.

그의 작품은 주로 ‘남루한 일상을 해학적으로 일탈해 초월에 이르게 하는 마력의 울림을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향 제천에서 ‘원서문학관’을 꾸려가고 있는 시인이자 소설가, 오탁번(78·사진) 작가가 산문집 <두루마리>를 펴냈다.

지난해 시집 <알요강>으로 독자들을 만난 후 1년 만에 출간한 이번 책은 4부로 구성, 모두 16편의 산문이 실렸다. 또 ‘소묘와의 대화’ 편을 따로 구성해 그 동안 오탁번 작가의 작품을 해설한 다른 문학인들의 평론도 함께 담았다.

이번 산문집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맞닥뜨리는 감동, 작가 오탁번을 있게 해준 인연과 경험, 지난날의 치열했던 창작 여정, 문학에 대한 상념을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들은 책의 제목인 <두루마리>처럼 한 손에 가뿐하게 펼쳐지는 듯 편안하다.

그는 “이 책은 시와 소설에 대한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손어림으로 모은 산문집”이라며 “둘둘 말아서 보관할 수 있어 만만하고 가뿐한 두루마리처럼,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산문집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인은 1960년대 신춘문예에서 시와 소설, 동화 모두 당선작을 내며 ‘3관왕’에 오른 주인공이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됐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엔 시가,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선 소설 부문에 당선돼 화제가 됐다.

1943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에서 태어난 그는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고향에 내려와 사재를 털어 옛 백운초 애련분교에 원서문학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영문과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사 교수부(1971~1974)와 수도여사대(1974~1978)를 거쳐 1978년부터 2008년까지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대문학을 강의했다.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인협회상(2003), 김삿갓문학상(2010), 은관문화훈장(2003), 고산문학상(2011), 목월문학상(2019) 등을 받았다.

첫 시집 <아침의 예언>(조광, 1973)을 시작으로 <생각나지 않는 꿈>(미학사, 1991), <겨울강>(세계사, 1994), <1미터의 사랑>(시와시학사, 1999), <벙어리장갑>(문학사상사, 2002), <손님>(황금알, 2006), <우리 동네>(시안, 2009), <시집보내다>(문학수첩, 2014), <알요강>(현대시학사, 2019) 등 수십 권의 시집을 펴냈다. 이 외에도 최근 산문집 <병아리시인>(다산북스, 2015), 소설 <굴뚝과 천장>외 5권(태학사, 2018) 등이 있다. 태학사. 311쪽. 1만8000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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