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아기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가을 딸아이가 태어난 이후 나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주변에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그냥 막연히 힘들겠지 했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전쟁이 따로 없었다. 특히 아기를 낳고 100일이 되기 전 약 세 달이 가장 고비였다.

가장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한 건 아기의 잠이었다. 전에는 막연히 아기를 품에 안고 토닥이면 새근새근 잠드는 줄 알았는데 웬걸, 잠투정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아기를 세워 안고 토닥이며 잠들 때까지 계속 거실과 방을 오가며 걸어야 했고, 힘들어서 잠시 앉으려고 하면 꿈틀거리며 깨려고 해서 완전히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서성여야 했다. 새벽에도 길면 세 시간, 짧으면 한 시간 간격으로 깨는 통에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신경이 예민해졌고, 아내와 말다툼하는 일도 잦아졌다. 육아가 처음이니 이해하려고 해도 아기 관련된 일에 아내가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말하게 됐고 자주 감정이 상했다. 금방 화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두 지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즐긴다는 건 그야말로 사치. 카페에 가기는커녕 집에서 세 끼 밥을 해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배달 음식을 자주 먹고, 하루가 멀게 아기용품을 인터넷으로 사들이니 일회용 쓰레기가 넘쳐 났다. 매일 아침 아내와 번갈아 아침을 먹고 집안일을 나눠 한 뒤 출근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퇴근 후 편히 쉬고 싶어도 하루 종일 혼자 아기를 봤을 아내가 안쓰러워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목욕물을 치우고 아기를 재우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곤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체력장 하듯 하루하루를 버텨야 할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100일 정도 되니 아기가 밤잠을 길게 자기 시작했다. 매일은 아니지만 아내와 내가 정말 힘들다 싶을 때쯤 8시간씩 통잠을 자줬고 새벽에 깨는 횟수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황달 때문에 아파 보였던 얼굴도 조금씩 살이 오르면서 뽀얘지고 볼살도 포동포동해져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른 아침 아기 옹알이 소리에 지친 몸을 일으켜 아기 침대로 향하면, 나를 알아보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에 지난밤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기를 보고 기뻐하는 우리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을 보는 것도 내게는 큰 기쁨 중의 하나다. 아기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웃음이 터지고 이야깃거리가 생겨 집안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아기가 주는 기쁨과 행복 때문에 고되고 어렵기만 한 육아도 조금씩 ‘기꺼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내에 대한 애틋함도 깊어지고 가족의 소중함도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도 멀고 먼 육아의 길을 걸어야 하는 초보 아빠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지금의 행복함을 즐기며 아기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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