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

꽃피는 4월이 가고 신록의 계절 오월이다. 온 산하가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미소가 번지는 연둣빛과 초록의 세상이다. 녹음방초승화(綠陰芳草勝花)라는 용어가 있다. 우거진 나무그늘과 싱그러운 풀이 꽃보다 낫다는 뜻이다. 영화 서편제에 삽입되어 더욱 유명해진 단가 사철가의 대목 대목이 새롭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가 있더냐/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푸른 잎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아름다운 때라는 것이다.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데 비하여 녹음과 방초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짙어져서 자연의 극치를 이룬다는 말이다. 연초록으로 시작하여 진초록으로 깊어진다. 새댁과 같은 청순함과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과 아버지 뚝심 같은 믿음을 준다. 그리움의 색깔이기도 하다. 또한 가까이 할수록 편안하고 차분해 져 마음의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신록은 깨달음을 느끼게 하고, 대자연의 신비에 취하게 하며 하늘을 더욱 맑게 한다. 생명이 고동치고 약동하는 5월이다. 그래서 5월은 이러한 풍경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들을 정하여 신록의 사랑을 나눈다. 참으로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5월이다. 5월을 맞아 퇴색할 줄을 모르고 언제나 새것처럼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신록을 마음의 여백에 꽉꽉 채워보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그간 코로나19로 찌들었던 삶이 점차 치유되어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이다. 무한경쟁시대,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다. 내일의 행복을 찾기 위해 모든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는 삶은 지혜로운 삶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오늘의 나의 정체성을 찾아 내가 왜 사는지 깨우칠 때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스티븐 헤이즈는 “행복(幸福)은 정상(正常)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전제, 즉 행복한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때 괴로워한다. 마치 자신이 누려야 할 것을 빼앗긴 것 마냥 슬퍼한다. 남들은 행복한데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면서 비관에 빠진다. 마치 행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정말 행복한 것이 정상일까? 스티븐 헤이즈는 심리적 문제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행복이 정상(正常)이라고 가정하면 행복하지 않은 자신이 비정상(非正常)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행복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자신은 언제나 정상인 것이다. 인생 뭐 별거 있냐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아무런 의욕도 없는 것이 아니냐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삶에 대해 단순히 절망만 하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후회하며 살고,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걱정하며 산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살 수 없으며, 미래를 당겨 살 수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 뿐이다. 허나 이 현재는 과거를 밑거름으로 싹튼 현재, 미래를 향해 자라나는 현재이어야 한다.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이 네가지가 있다고 한다. 황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소금은 맛을 내며 부패를 방지하며 현금은 원하는 물질적 욕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제일 귀중한 순간이요, 금중에 제일 소중한 금이 지금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팬하우어는 너무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아름다운 신록의 오월을 맞아 손아귀 속 잠자는 행복의 씨앗보다는 초록 잎새 하나하나가 정겹게 모여 싱그러운 숲을 이루듯이 우리들도 서로서로 사랑의 향기를 흩날려 행복을 느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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