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혈서라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김경진 의원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11일 현재 전남도와 나주시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관련, 잘못됐다며 평가결과 공개와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 접근성에 무게를 둔 잘못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나주시는 한술 더 떠 전체적인 기조는 전남도와 보조를 맞췄지만 향우 대응방안에서는 수위가 한층 높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주시민은 오늘의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절차와 과정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진행된데 대해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청 브리핑룸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청주 오창은 부지 정지에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고 미래확장 가능성도 부족하다”며 재심사를 요구했다. 이어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했다”며 “나주에 가속기를 하나 더 구축해 달라”고 몰아부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광주지역 한 국회의원의 소신있는 발언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일색의 지역정치권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김경진(광주 북갑) 의원이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고향 전남에 (방사광가속기가) 유치되지 않아 아쉽지만 냉철하게 본다면 충북도와 유관기관들은 정치권의 협조아래 2017년부터 준비하고 기획해 왔다”며 “국회에서 세미나도 수차례 한 것으로 기억한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보고서를 마련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저한 사전 준비없이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남도는 한전공대 확정이후 2019년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정치의 힘을 활용하려고 한 징후도 엿보였다”며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객관적인 조건과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현수막 들고, 사진 찍고, 집단서명 받고,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제는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을 지양해야 한다. 통하지 않는다. 가령 그런 방식으로 정치를 활용해 다른 지자체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들여 온 것을 빼앗아 온다면 내 고향 호남에 대한 다른 지역의 시선도 곱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 좋은 수단이 결코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전남도 길게 지역발전을 준비하는 그랜드 마스터플랜을, 넉넉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습관이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해 이달 29일 국회를 떠나는 김 의원이 남긴 충심어린 조언이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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