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지난겨울 어느 날 갑자기 SNS에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길에서 만나 “잠깐 시간되나요”라고 말을 건네 왔다면 웃으며 따라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친구 신청을 받진 않았다. 범죄 연관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피싱 사기를 위해 접근하는 ‘낚시꾼’일 가능성이 높다. 영상(채팅) 데이트를 하자고 꼬드기고, 주위 친구를 데리고 오면 한 달에 몇 백 만원을 벌수 있다고도 유혹한다. 이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는 실제로 이른바 ‘몸캠 피싱’ 조직의 수법이다.

음란행위를 유도하고 몰래 찍은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은 수년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돼 왔지만, 현재까지 국민적 공분을 부르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또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 보급으로 미성년자들이 범죄 목표물이 되면서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범죄로도 확산되고 있다.

심각한 상황에도 미성년자 성범죄의 처벌수위는 낮다. 아청법상 음란물제작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2018년 1심 기준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중 실형 선고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법조계선 “의지의 문제”라고 한다. 앞서 소라넷, 다크웹 사건 등 성착취 영상 사건이 불거졌을 때 강력한 처벌 의지가 있었다면 n번방 사건으로 이어졌을까. 법령 등 제도 미비나 능력 부족이 아닌 의지의 문제로 n번방, 몸캠피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다.

늦었지만 검·경과 법원은 최근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엄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소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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