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허원욱 전 청주시 흥덕구청장

[동양일보]“청심정에 올라/ 사방팔방 둘러보니/ 녹음방초 우거지고/ 녹풍 화풍 넘실넘실/ 삼림 사이로 흐르는/ 맑고 고운 향기/ 한줄기 빛 되어/ 속세의 연 씻어가네” 신록이 나래를 펴는 희망찬 계절을 맞이하여 청주 용정동 도시숲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청심정(淸心亭)’에 올라 시인은 아니지만 숲속의 향기에 취해 가슴속 깊이 청량감을 느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상을 정리해 본다.

청심정 가는 길은 김수녕양궁장 정문의 맞은편에 주 진입로가 위치해 있지만, 청주유도회관 뒤편의 입구에 있는 천국의 계단을 지나 소라고등처럼 굽은 길을 굽이쳐 오르노라면 쏠쏠한 재미가 있다. 왜냐하면 적당한 운동을 즐기면서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을 편안하게 거닐 수 있고, 낮은 산언덕을 부담 없이 오르면서 사계절 수많은 동∙식물을 만나고,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용정도시숲공원’ 내에 자생하는 생태계를 살펴보면 공원 내에는 8∙15 해방 이후 우리나라 중부권에서 심은 나무 중 가장 오래된 이태리포플러가 존재하고 있다. 이 나무는 산림청 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은 나무다. 나무가 금상을 받았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이런 귀중한 나무를 청주시민 대부분 모르고 지낸다는 것은 더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공원 내에는 길이 30m 이상 곧게 자란 귀공자 모양의 리키테다소나무 수십 그루가 위치하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산림청에서 10여 년 전 식재한 목백합과 백목련, 산딸나무, 무궁화 나무 등이 사계절 옷을 갈아입으며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금계화를 비롯한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며 나그네를 반겨준다.

용정도시숲공원의 백미는 청심정(淸心亭)에서 누리는 조망과 휴식이다. 청심정은 야산 8부 능선에 위치해 그리 높은 곳은 아니지만 앞이 탁 트여서 사계절 전망이 너무나도 좋다. 이곳에서 사계절 바라보는 풍광의 으뜸은 첫째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봄의 벚꽃, 여름의 울창한 녹음, 가을의 단풍, 밤의 시내 야경을 멋지게 감상하는 것이다. 계절적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 요즘은 울창한 숲속에서 흘러나오는 녹풍(綠風)과 화풍(花風)이 일품이다. 녹풍이라 함은 신록이 울창한 녹엽(綠葉) 사이로 흐르는 상큼한 바람을 의미하고, 화풍이라 함은 만개한 꽃잎 사이로 흐르는 향기로운 바람을 의미한다.

청심정은 정자의 명칭이 의미하듯 인간이 사는 속세의 오염된 찌든 때를 벗겨주는 참 좋은 곳이다. 청주시민이라면 가끔씩 청심정에 올라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심신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쓴 칼럼 중에 “숲에 지역의 미래가 있다”와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글이 있다. 다시금 거론해 보지만 현대인이 많이 밀집해 사는 도시주변엔 휴식과 휴양을 위한 도시숲을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굳이 선진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장성의 편백나무 숲, 담양의 대나무 숲, 인재의 자작나무 숲 등은 많은 인파가 몰리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청주 인근에는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청남대와 증평 좌구산 휴양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좌구산의 일품은 선진 외국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멋지고 세련되게 디자인 된 ‘명상의구름다리’와 MTB 코스에서 만나는 낙엽송 숲이다. 명상의구름다리는 좌구산휴양림 초입에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당연히 들리는 곳이지만, MTB 코스 구간에 하늘을 찌를 듯이 울창한 낙엽송 숲은 관람하는 사람이 드물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금년 4월 이전은 참으로 잔인한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생을 하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도 계신다. 돌아가신 분들께 명복을 빈다. 앞으로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기 침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너무나도 크다.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희망찬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이하여, 모든 국민들께서 경제적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여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요산요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인간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 산 따라 물 따라 자연을 가까이 하고 즐기다보면 면역력 증강으로 병마도 쉽게 극복할 수 있고, 생활의 활력도 높여 나갈 수 있다. 생활이 바쁘신 분은 집에서 가까운 삼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시간 나는 대로 자연 속으로 달려가 숲속의 향기 ‘녹풍(綠風) 화풍(花風)’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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