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옹벽 시공에 하천 건너려면 철계단과 징검다리뿐
노약자와 장애인 등 보행 취약계층 속수무책

[동양일보 한종수 기자]"이게 말이 됩니까? 시민을 위한 안전시설을 소꿉장난 하듯이 어설프게 시공하는 것이...초등학생도 이렇게는 안 할 겁니다"

일일 평균 수 만 명의 청주시민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주시 상당구 동남택지개발지구 내 수변공원구역과 상업지역이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안일한 공사 진행으로 위험에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13일 동남택지지구 주민 등에 따르면 LH가 낙가천 일원 수변공원구역 공사를 진행하면서 상업지역 일원을 중심으로 옹벽을 터무니없이 낮게 시공하면서 준공 후 이곳을 주로 이용할 시민들이 하천으로 떨어질 위험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상업지역 건축주들과 아파트 입주민 등은 옹벽을 높여 줄 것을 LH와 시공사에 요구했지만 LH는 옹벽 대신 석축을 쌓았고 휀스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같은 미봉책에 불과한 시설로는 석축과 옹벽까지의 큰 낙차를 줄이지 못해 낙상 등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낙가천을 사이로 상업시설과 마주하고 있는 다가구주택 필지에 거주 예정인 주민들은 상업지역을 이용하려면 하천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징검다리를 건넌 후 다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 등 등산수준의 난코스를 감당해야 한다.

100필지 이상에 다가구주택이 건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곳에는 보행교 설치가 상식이지만 철제계단 두개와 징검다리 하나를 설치하는 선에서 공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결국 노약자와 어린이, 장애인 등 보행에 취약한 시민은 말 할 것도 없고 여름철 홍수 등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곳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LH가 시행한 모든 시설은 준공 후 청주시로 이관될 예정이어서 각종 민원에 따른 추가 공사비용은 시민의 혈세로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청주시는 LH에 민원이 야기될 만한 각종 시설물에 대해 완벽한 시공을 요구할 의무가 있고 이를 태만할 시 예산 투입에 따른 행정력 낭비 등 각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청주시는 율량택지개발지구 준공 처리후 노면 주차장 신설 공사를 2회에 걸쳐 시행하면서 수십 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전력이 있다.

주민들은 "동남택지개발지구는 1만여 세대가 밀집돼 있는 청주 최대 택지개발지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및 다가구주택지역 사이의 연결로가 어설픈 옹벽으로 시공돼 있고,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이 수직계단과 징검다리 등이 설치된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로 인한 낙상 등 안전사고는 물론 이동구간이 너무나 불합리하고 불편한 시설"이라며 "LH는 조속한 시일 내에 보행교 설치 등 시민 안전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LH 관계자는 "석축과 옹벽을 중심으로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휀스와 나무 등을 식재하는 보강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보행교 설치는 소하천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청주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해명했다.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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