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청주교대 교수(전 청주교대 총장)

윤건영 청주교대 교수(전 청주교대 총장)

[동양일보]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학창 시절 스승은 삶의 등대이자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꽃의 향기는 하룻밤 잠을 깨우지만 좋은 스승은 평생 잠을 깨운다’는 말이 있다. 꽃향기는 한순간이지만 스승의 가르침은 일생동안 깨달음을 준다는 의미이다. 각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성장 과정에서 도움을 준 스승에 감사하는 보도가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외국의 원조를 받던 빈국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된 유일한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 바로 교육이었고, 그 중심에는 스승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평가되기도 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도 헌신과 봉사를 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 개인의 미래가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큰 바위 얼굴’과 같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말씀은 인생에 밑그림이 되고, 마음의 씨앗이 된다. 어린 가슴에 새겨져 평생 삶의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선생님의 언행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겐 소중한 자산이다.

잠시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많이 있다. 그중 6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던 김영민 은사님을 잊을 수 없다. 평소 칭찬하실 일이 있을 때면 쟁반같이 큰 손을 어린 우리들의 머리 위에 얹으시고 “잘 했어”라고 외치셨다. 선생님 손바닥의 따스한 온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고 활력소가 되었다. 따스한 손 기운의 칭찬을 선점하려 경쟁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조회시간 선생님과 마주친 눈빛 교환이 생동감 있는 하루를 만들기도 하였다. 3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던 유세열 은사님은 체육을 아주 좋아하셨는데, 그래서인지 모든 학생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바뀌었다. 4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던 박을수 은사님은 산수(수학)를 재미있게 잘 가르치셨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암산을 즐기곤 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스승과 제자는 상호 메아리나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

50년 전 초등학교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현재의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학생을 위해 헌신해야 할 교사들이 자신들의 인권 보호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교사이다.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스승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교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관련 유관 기관 모두가 합심 협력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자녀와의 대화에서 잊지 말아야 할 방법을 제안해 본다. 부모는 자녀 앞에서 아이의 선생님을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을 삼가 해야 한다. 자녀가 담임 선생님에 대해 불평을 해도 신중히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스승과 제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것이며, 교권을 보호하고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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