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신서희 취재부 차장 / 세종지역 담당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지난 보름간 세종시청은 물론 지역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세종시 화상경마장 유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화상경마장 유치 문제는 제대로 검토한 게 아니라 실무적인 수준에서 논의하는 단계일 뿐, 시민이 반대하면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다. 이로써 세종 부강면 유치설 등 난무했던 온갖 억측과 소문은 일순간 사그러졌다. 결국 한 편의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모양새다. 그러나 해프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것이 남긴 파장과 교훈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세종시 시민주권회의 농업축산분과 회의에서 화상경마장 문제를 의제로 올려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시민주권회의는 세종시가 주요 정책의 수립·집행·평가 등에 있어 시민 의견을 구하기 위해 만든 자문기구다. 문제는 이 자문기구에서 ‘왜 화상경마장 유치를 상정해 논의 했냐?’는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화상경마장은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주변 교육 및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지역주민의 폐쇄요구를 받아오고 있다. 실제로 이웃한 대전 월평동 화상경마장은 현재 폐쇄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도 세종시는 직원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제시됐다며 '화상경마장 건립안'을 시민주권회의에 상정했다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세종시는 지금 변하고 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거의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이춘희 시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시민이 주인인 시민주권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 첫째 조건으로 시민의 문화 갈증 해소와 잘사는 균형발전 등을 통한 ‘시민 감동’을 꼽았다.

‘화상경마장’과 ‘시민 감동’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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