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이후 묘역 다시 조성…국내 첫 사례 ‘주목’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청동기시대 지석묘(고인돌)가 다량 출토된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163번지 일원의 유적지가 좁은 공간에 다양한 지석묘가 모여 있는 ‘고인돌 백화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에는 현재 2700여년 전 청동기 지석묘 25기, 석검 3점, 토기 3점, 화살촉 18점, 인골 3구 등이 출토됐다.
한 묘역에 한 명씩만 쓴 북방식 형태를 띠고 있고 3면에 벽을 쌓고 한쪽 벽으로 드나든 뒤 밖에서 벽을 쌓아 막는 방식인 횡구식 묘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발굴현장 상단부에는 제사와 관련한 제단 흔적으로 보이는 ‘방형적석’이 있고 하단부에는 지석묘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산사태 이전과 이후 2차례에 걸쳐 다시 묘역이 새로 조성된 흔적이 드러나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묘역으로 한번 조성됐던 곳이 산사태로 수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지석묘를 세워 묘역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충북도 소방본부와 (재)대한문화재연구원이 14일 개최한 문화재 발굴 현장 설명회에서 발굴단장인 이영철 대한문화재연구원장은 “지석묘 유적이 상하 중층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석묘 1·8·9·10·11·12호 등에서 산사태 재난 흔적이 나타났다”며 “선사시대 산사태 재난이 있던 이 곳에 현재 재난안전체험시설을 조성하게 됐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청동기인들의 인골 3구 가운데는 화재로 추정되는 사고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유골도 보존돼 있다.
발굴된 유적은 조사가 완료된 후 문화재청 주관 문화재위원 심의를 거쳐 보존 방향이 결정될 방침이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