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기 영 논설위원/유원대 교수

[동양일보]언택트란 접촉하지 않는다는 말로, 비대면 방식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언택트 마케팅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언택트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화에 기반을 둔다. 정보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현대도시를 태동시킨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도시학자 카스텔은 정보의 기술과 처리활동 간 상호작용은 신기술 조직체계의 발전으로 이어져 새로운 정보화의 발전양식이 발생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보기술은 국제화를 촉발하고 다양하면서 혁신적인 정책의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혁신적 환경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이다. 세계적 정보화의 발전은 공간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 혁신적 정보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도시 공간은 뚜렷한 공간적 분업 양상을 보인다. 제조업과 사무업은 기존의 도시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분산되지만, 국제금융 및 거래서비스 관련 업종은 일부 국가와 도시로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는 공장, 사무실, 상업시설 등의 지리적 분산과 주요 도시로의 금융서비스 산업의 집중을 낳았다. 세계적 주요 대도시에는 선도적 기업의 본사, 은행이 위치하며, 혁신적 서비스 생산을 위한 핵심입지로 주목받는다. 2000년대부터 세계 경제활동의 중심지역은 제조업에서 금융 및 전문서비스 거점 지역으로 변화했다. 새로운 유형의 분업이 세계적 규모로 발생하면서 뉴욕, 런던, 도쿄, 서울 등이 혁신산업을 선도하는 주요 도시로 부상하여 초국가적 시장기능을 수행한다.

경제활동을 위한 산업의 입지는 분산될 수 있는 한 저비용의 입지로 분산될 것이다. 제조업과 같이 서비스 산업 또한 교외와 지방으로 그 입지를 옮겨나가고 있다. 지속해서 도시 중심지에 남아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고도의 전문적 활동, 금융서비스, 대면접촉에 의존하는 전문적 사업서비스 등이다.

세계화는 재화, 서비스 이동의 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고도의 정보 통신서비스가 발달함에 따라 정보의 세계적 교류가 가능해졌으며, 비용은 절감되고 거리의 장벽은 무너졌다. 인터넷과 SNS의 전파는 금세기에 걸친 기술개발과정의 귀결이었다. 이에 따라 특정 정보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선두 도시에 대한 매력은 더욱 증대되었다.

우리의 관심은 정보화가 도시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다. 정보의 흐름이 거리의 종말을 이끌게 되고 결국 도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인가? 적정수준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누구나 어디에서든 지역적 제한 없이 원하는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다. 재택학습이 기존 대학의 역할을, 인터넷 거래가 증권거래소를 대신하게 될 것이고, 원격의료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전통적 산업의 입지 지역에서 신산업분야가 성장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산업은 산업간 상호작용이나 네트워킹, 사람의 밀집에 의존하여 성장하였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자리 잡아 온 전통적 예술,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화를 대변하는 새로운 도시관광산업을 만든다. 혁신산업의 성장은 기존의 의사소통 구조를 인터넷 기반의 비대면으로 대체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오히려 기존 산업과 구조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필요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다수의 멀티미디어 산업의 신설기업은 임대료가 낮은 공간이 필요했고 도심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에서 적합한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즉, 다양한 실증적 사례는 만남과 상호작용의 공간으로서 도시는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 감염병의 세계적 창궐은 교류와 접촉으로 발전해 온 도시의 나아갈 길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제적 정보인프라의 발전과 사이버공간으로의 전이는 현대도시들의 몰락을 가져올 것인가? 대부분 대도시가 산업화와 정보화라는 강력한 흐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습득한 탄력성과 융통성은 도시가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흐름에 적응케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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