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는 담배꽁초 천국인가

하수구에 쌓여있는 수북한 담배꽁초의 모습
간이 재떨이가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담배꽁초
율량동 상가밀집지역에서 버려진 수북한 담배꽁초. 꽁초는 물론이고 일반쓰레기도 섞여있다.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아무리 찾아도 쓰레기통이나 재떨이가 보이질 않잖아요. 그래서 그냥 아무 데나 버려요” 번화가 골목길에서 흡연 후 바닥에 꽁초를 버린 시민의 말이다.

청주의 번화가들이 흡연자들의 무분별한 담배꽁초 투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업주들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연일 담배꽁초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주말인 지난 15일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성안길 상가 지역 구석 골목길에서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와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쇼핑을 하러 나온 A(39)씨 부부는 “매캐한 담배 냄새 때문에 가족들이 불쾌감을 느낀다”며 “냄새도 문제지만 바닥에 마구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는 아이들이 불편해하고,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는 것을 당연히 생각할까봐 무섭다”고 말하며 골목을 피해 멀찍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번화가 골목들은 오전에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깔끔하지만, 시민들이 자주 찾는 오후나 주말이 되면 거리 어디서나 피고 버린 담배꽁초를 찾을 수 있다.

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줄이고자 알루미늄으로 된 양념통 등을 이용해 간이 재떨이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재떨이를 이용하는 모습보다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모습을 찾기 쉬웠다.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는 곳은 담배꽁초 말고도 담뱃갑, 먹다 버린 플라스틱 음료 컵 등 다른 쓰레기도 같이 버리는 경우가 많아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날이 더워짐에 따라 악취도 발생하게 된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 공무원 B(56)씨는 “정말 담배꽁초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나지 않는다”며 “흡연자들은 사람 없는 곳을 찾아 구석진 골목까지 들어가 흡연 후 꽁초를 버려서 담배꽁초를 찾는 것도 일이다”며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건물 내부와 특별히 지정한 구역만이 금연구역이다. 법률상으로 따지면 금연구역(버스정류장, 학교 운동장 등)으로 지정된 곳이나 건물 내부가 아니라면 모두가 흡연이 가능한 장소인 셈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담배 냄새와 무단투기된 담배꽁초로 지역 주민의 민원이 매일 들어온다”며 “현행법상 금연구역이 아닌 곳이라면 흡연을 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고, 꽁초 무단투기의 경우 크기가 작아 버리면 가버리면 누가 버렸는지 알 방법도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휴대용 재떨이를 이용하거나 쓰레기가 생기더라도 정해진 장소에 버리거나 본인이 소지하고 있다가 자택에서 버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흡연자는 “같은 흡연자들끼리도 꽁초가 수북이 쌓인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며 “흡연자들도 제대로 된 흡연시설이 있다면 그곳을 이용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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