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혁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정재혁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오래된 일기를 꺼내봤다. 군 훈련병 시절에 쓴 소중한 나의 기록물이다. 일기장 안에는 그 당시에 받았던 편지들이 함께 보관돼 있었는데, 그중 몇 개를 골라 다시 읽어봤다. 7~8년 만에 꺼내 읽어보는 편지이기에 새 편지를 뜯어읽는 기분이 들었다. 편지의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시간은 발사된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가 결코 붙잡을 수 없으니, 지금 겪는 이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라.”

내 인생도 발사된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성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성인이 되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가끔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4월이라는 생각이 들고, 인터넷에서 유명 아역배우가 커서 성인이 된 근황을 볼 때도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금방 나도 40대, 50대가 돼버릴 것 같고 이러다 금방 노인이 될 것 같은 극단적인 상상도 해본 적이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는데 말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미국 신경학자인 피터 맹건 박사는 청년, 중장년, 노년으로 세 그룹을 만들어 마음속으로 3분을 센 뒤 실제 흘러간 시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청년 대부분은 정확한 시간의 길이를 맞췄지만, 60대 이상 참가자는 대부분 더 긴 시간을 3분으로 느꼈다. 체감 시간이 더 빠르게 흘렀다는 얘기다.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은 새로운 학습 과정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외부 자극을 해석하는 데 도파민이 분출이 되고, 이러한 자극들은 더 많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외부 자극이 일상화되면서 도파민 분비도 줄어들어 세월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반복적인 하루 일과의 연속이 매일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도록 하는 데 최적이다. 시간이 비교적 천천히 간다고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늘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당장 내일 아침의 출근길부터 방향을 바꿔 색다른 경로로 주행해보면 그 또한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다. 일상의 작은 변화뿐 아니라 독서 등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 여행, 운동 등 다채로운 경험을 꾸준하게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새로운 낯선 기억, 경험이 저장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시간은 점점 느려질 것이다. 결국 시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간 속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기억의 축적’이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경험과 집중이 만드는 생생한 기억은 시간을 더 촘촘하게 이어준다. 우리의 뇌가 더 많은 자극으로 젊어진다면 정신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오늘부터 살면서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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