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충북교육도서관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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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리터러시(literacy)’란 단어를 처음 듣고 생소하게 느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대학원 교재로 선택된 책 이름에 ‘리터러시’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책을 펼쳐보니 2010년 7월에 구입했다고 쓰여있었고, 초판은 2002년이라 되어 있었다. 단어를 읽을 때도 그 개념을 공부해 나가면서도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난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리터러시라는 이름 앞에 ‘미디어’라는 이름이 덧붙여진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말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고,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요소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의 핵심 정책과제로 부각 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왜 필요한 걸까?

리터러시(literacy)는 문식성 혹은 문해력으로 번역되며 사전적 개념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미디어(media)는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또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활용되는 모든 도구(편지, 전화, 책, 신문, 방송, 인터넷, 이메일, SNS, 언어 문자 등)를 말한다.(‘뉴스를 보는 눈’, 구본권)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원리와 작동 구조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을 따로 설정하여 디지털 리터러시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한마디로 미디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어 그대로 방송, 인터넷, SNS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일까? 최근에 신문,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은 미디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로 사용한 예이다.

그 사람들을 미디어 리터러시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한편 미디어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정보들을 판별하지 않고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또 다른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미디어 리터러시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기술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에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수용, 선택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해외 많은 국가의 교육과정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책에 보면 미국의 뉴멕시코주 6학년∼12학년 공립학교 학생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의무화돼 있고, 호주 교육과정에는 일반 능력 영역에 문해력, ICT 역량,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등 미디어 리터러시 요소가 주요 범주로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 기초 소양을 길러주는데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미디어 사용에 대한 기술적 측면과 더불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따져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에 관한 내용과 방법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디어가 누군가와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떤 태도로 공유할 것인지는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친숙한 ‘미디어’와 조금은 낯선 ‘리터러시’ 의 조합을 좀 더 진지하게 함께 성찰해 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배워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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