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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정의를 거역하는 시민단체의 불투명성
동양칼럼/ 정의를 거역하는 시민단체의 불투명성
  • 동양일보
  • 승인 2020.05.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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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택 논설위원/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일제 강점기는 지나갔지만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있다. 그것은 위안부 문제이다. 일본은 처음에 일본군 성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군 성노예는 ‘어떤 목적을 위해 솔선해서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의미이다. 그 뒤 종군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군을 따라갔다는 의미의 종군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위안부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일본의 치밀한 계산이다. 이들이 당한 고통과 치욕은 무엇으로 말하랴. 머나먼 태평양으로 끌려가 강제불임 당하고 성노예로 청춘을 살았으니 그들의 한 많은 일생은 누가 보상하겠는가? 일본의 책임회피와 뻔뻔한 태도로 우리 국민은 분노했고 그 결과 위안부만행을 알리기 위해 소녀상이 건립되었다.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정신대대책협의회는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을 반대하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한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1학년생들의 외침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해 11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발족했다. 그 뒤로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이 나왔고 1992년 1월 8일 첫 수요집회가 시작됐다. 그 뒤 이 일을 담당한 정의기억연대는 그동안 서울 한복판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개최하며 일본의 강간사실을 세상에 알렸고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도 소녀상이 건립되어 일본군의 성노예 착취 활동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정의기억연대의 이러한 활동은 세계가 기억하며 동참하였고 국민도 한푼 두푼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그런데 최근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이 의심받는 회계처리로 인해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비판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여성 인권운동이 하루아침에 빛이 바래고 있다. 이 문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시민을 위한 단체가 몇몇 활동가로 전락하여 스스로 권력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시민 없는 단체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회계처리도 엉터리다. 이번 문제가 된 정의기억연대도 회계 불투명성이 논란이다. 정의기억연대는 그동안 외부에서 맡긴 자금으로 운영되었고 국민도 이에 기부하는 등 시민단체로서는 많은 돈이 모였다. 그러나 이들 자금을 기록하고 결산하는 장부가 뒤죽박죽이고 오류가 많았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기록이 제대로 나타나질 않았다. 회계의 잘못은 부정과 부패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정의기억연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목표도치와 무책임성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설립목표를 정하고 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태만하고 1차목표 이념보다는 다른 수단적 목표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며 수단이 목표가 돼버리는 목표 전환 현상이 나온다. 그리고 시민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조직과 활동가를 위한 비즈니스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셋째, 시민단체의 전문성이 문제이다. 누구나 시민단체의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을 위한 단체라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오늘날에 환경 노동 여성 문화 건강 원자력 에너지 교육 지방자치 등에는 전문성이 중요한데 몇몇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가 다 얼렁뚱땅 설치고 있다. 시민을 볼모로 시민을 위한 척하는 단체가 얼마나 많은가? 이제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음을 촉구한다고 한다. 첫 번째로는, 기부금의 사용 내용을 세세하게 밝혀야 한다. 언제 무슨 돈이 들어왔고 어떻게 지출했는지 회계 장부를 만들어 국민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시민이나 대기업이 기부하면 어디에 사용했는지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마당하다. 그런 것도 없이 쌈짓돈으로 생각하였다면 형사법상 횡령죄이다. 두 번째는, 시민 공인회계사 언론 등이 참여하여 기부금 사용명세서를 분석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이 제대로 쓰였는지 허위사실은 없는지 최종 결산해야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버리고 만약 허위 사용서를 제출한다면 고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기 필요하다. 이미 고발장을 접수했다면 사실확인을 위해 피고발인을 조사해야 하고 압수 수색과 계좌추적을 하고 회계 장부를 검토해야 한다. 개인의 일탈행위가 발견되고 횡령이 발견하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여권당선자라고 눈치봐서는 안된다. 형사사법은 누구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다뤄야 한다. 네 번째는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관여하지 말고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친일 세력의 공세'라며 분개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질 말자. 위안부 문제는 반일·친일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주장이 압력으로 비치고 이에 수사관도 눈치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는데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이 위축돼서도 안 되고 위안부 문제 운동을 미뤄서도 안 된다. 다만 정의라는 진실과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진정어린 참회와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에 그 일을 전업으로 하는 단체는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 앞에서 세계인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는 친일·반일이나 진보·보수의 프레임으로 덮여서 소모적 공방을 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나쁜 문제는 할머니 이용해 일본이나 세계의 조롱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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