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기 오작동 잦아…아예 음주 여부 판별 못 하기도
기존 단속과 다른 단속 방법…설명·측정 시 긴 시간 소요

지난 21일 3차선인 도로에서 'S자 코스' 설치로 한 차선만 운용하는 경찰의 모습. 갑작스럽게 좁아진 도로에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경찰이 음주 의심차량에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해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모습
지난 21일 밤 10시 14분께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72%상태로 운전하다 단속된 A씨. 창문을 열자마자 술냄새가 진동했으나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는 '정상'을 뜻하는 초록색 불이 점등됐다.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음주운전 단속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접촉식 음주단속기’를 이용한 음주단속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잦은 기기 오류와 음주 여부 판별 소요시간 등으로 ‘비접촉식 음주감지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께 충북경찰청과 청주흥덕경찰서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일대에서 대대적으로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이용해 음주단속을 실시했다.

하지만 농수산물시장 앞 삼거리 음주단속 현장에선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음주감지기가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날 밤 10시 14분께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72%로 단속된 A씨는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이용해 음주 여부를 판별하려 했으나 감지기는 울리지 않았다. 당시 A씨의 차량은 창문만 열었는데도 술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감지기 없이 음주 여부가 판별 가능한 상황이었다. ‘비접촉식 감지기’가 대기 중 ‘알코올성분’을 분석해 음주 여부를 판별하고, 손 세정제나 매니큐어 등에 포함된 ‘알코올성분’까지 민감하게 판별할 수 있다는 경찰의 설명과는 다른 결과다.

음주단속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통상 음주단속은 통행량이 많은 구간에서 시행된다. 기존의 일제검문식 음주단속은 차 한 대당 약 10~20초 가량 시간이 소요됐었다.

새롭게 도입된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를 이용한 음주단속은 ‘S자 코스’를 통과한 운전자에게 일일이 “에어컨 꺼주셔야 합니다. 숨 크게 쉬지 마시고 평소처럼 호흡하시면 됩니다” 등 감지기 이용 설명에만 20여 초가, 음주 여부 측정에만 10여 초 이상 시간이 소요돼 기존 음주단속 대비 약 3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같은 단속 시간의 증가로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음주단속 하던 경찰관은 “처음 현장에 도착해 감지기를 작동시켰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음주 상태를 뜻하는 적색등이 들어와 사용하지 않던 상태”라며 “이후 기기를 재작동시켰을 때 초록불이 들어와 정상작동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기기가 음주 여부를 판별하지 못했다. 다른 단속지역에서는 음주운전이 아님에도 음주운전이라고 판별한 사례도 있었다”고 ‘비접촉식 음주감지기’의 오작동 사례를 설명했다.

비접촉식 감지기가 음주 상태로 판별한 B(41,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음주 측정기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 B씨는 "술도 안마셨고, 손소독제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왜 음주 상태로 판정이 난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서도 0.000%로 측정됐는데 음주운전으로 의심을 받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비접촉식 음주감지기’ 오작동으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음주 상태로 판정되거나 술을 마셨음에도 음주 상태가 아니라고 판정된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신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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