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 지난 17일 방송된 KBS '이웃집 찰스'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온 ‘잇디’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방영되었다. ‘잇디’가 20살이 되던 해 방글라데시에서 만났던 한국인 남자와 인연을 맺고 결혼에 성공했던 그녀지만, 결혼한 지 6년 만에 남편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6살 된 하늘이와 단 둘만 남겨졌다.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려 했던 ‘잇디’를 붙잡은 건 시아버지 최영진씨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도록 ‘잇디’를 딸처럼 보살펴주었던 시아버지는 ‘잇디’의 재혼까지 발 벗고 나서 도와주었다. 아픔을 딛고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올해 12살 하늘이와 14개월 아이안 두 아들의 엄마가 된 33세의 ‘잇디’의 곁엔 언제나 사랑꾼 재혼한 남편이 있다. 둘 다 방글라데시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한 특이한 커플이다. ‘잇디’네 집 바로 옆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살고 있다. 덕분에 손자들은 매일같이 찾아가고 공부와 식사를 챙겨주는 건 늘 할머니 몫이다. 거기에 피가 섞이지 않은 손자까지도 늘 사랑으로 품어주신다. 그녀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아들의 죽음과 며느리의 재혼, 말 못 할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는 ‘잇디’를 딸로, 사위를 아들로, 피가 섞이지 않은 손자까지 새로운 가족으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이 방송을 시청하면서 감동의 눈물을 따라 흘려야만 했다. 진정한 가족을 보듬고 안아주는 시부모님의 포근한 마음이 감동적이어서 눈시울을 적시게 한 흐뭇한 사연이었다.

진정한 가정의 의미란 무엇인가? 사람은 모든 인간관계의 틀을 가정 안에서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 안에서의 가족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최초의 만남은 부모와 이루어진다. 최초의 만남은 적어도 오십년간 지속된다. 왜냐하면 대부분 오십대쯤 되면 부모와 헤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의 긴 만남은 형제다. 형제는 육칠십년간 이어진다. 그 다음이 부부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부부관계는 중요하다. 부부관계란 결혼이란 관계로 연을 맺어 자녀를 생산하게 되면 피의 관계로 연결되게 된다. 그런데 서울 3가구 중 1가구는 나홀로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거기다가 만혼, 이혼, 저 출산, 고령화문제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우선이라는 이기적인 세태이지만 개인이 속한 가정에서의 자유의 의미는 더욱 부각되어야 만 한다.

기능적인 가족안의 개인은 성장 자질을 가질 수 있는데, 가족치료사인 ‘버지니아사티어’는 이 자질을 다섯 가지 자유라고 불렀다. 첫째,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자유. 둘째,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를 말할 수 있는 자유. 셋째, 지금 느껴지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유. 넷째,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자유. 다섯째, 안전함만을 선택하는 대신에 자기를 위해서 모험을 할 수 있는 자유이다.

한 개인이 가정에서 이와 같은 자유들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면 그 가족체계야말로 기능적인 가족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가정이 다섯 가지 자유를 허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건강한 가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정의 근원에는 건강하고 준비된 부모가 있음을 유념해야 하며, 그런 가정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의 미래는 가히 희망적이라 하겠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 자녀, 형제, 부부를 왜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부모 자녀 관계나 형제는 서로 운명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특히 이들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한다. 부모, 자녀, 형제, 부부는 가정의 구성멤버로 가족(家族)의 族이라고 하는 것은 기원을 같이하는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가정이 파괴되면서 애완동물까지 가족이 되었다. 가정이 파괴된 이혼 남녀, 독거노인, 결손가정의 자녀들에게는 순종하는 애완동물에게서 가족애를 느껴야 하는 슬픈 현실이다. 안정되고 건실한 가정생활에서 가정이나 사회, 국가가 튼튼해짐을 생각할 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H. G. 웰즈’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은 작아지고 작은 사람은 커지는 곳이다.”라고 했다. 세상을 이끄는 힘이 곧 가족관계이다. 나를 자라게 해주고 나를 지켜주는 게 가족이다. 사랑과 격려를 바탕으로 서로 힘 북돋아 주고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게 가족이다. 진정한 가정의 존재이유의 의미회복은 지금 우리 사회가 힘써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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