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무관 보복성인사로 부서장에서 평직원으로 강등

간호부장의 특별승진과 보복인사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충북대병원.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충북대병원이 인사규정에 어긋난 측근 챙기기와 보복성 인사 등으로 병원 구성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양일보 취재결과 충북대병원은 2018년 5월 당시 간호직 3급이던 현 간호부장 A씨를 간호부장 직무대리로 임명한 뒤 지난해 3월 간호부장(2급)으로 승진시킨 지 불과 1년여 만인 지난달에 다시 1급으로 특별승진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2급에서 1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2급 경력이 최소 5년 이상 이어야하는 승진소요 최저연수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까지 충북대병원 간호직 최고직급은 간호부장인 2급이다.

충북대병원은 지난달 28일 서관 회의실에서 A씨의 특별승진을 위해 열린 특별인사위원회(진료처장·사무국장·기획조정실장·교육인재개발실장·의료혁신실장·간호부장·약제부장 외 병원장이 임명하는 3인)가 심의에 들어갔지만 결국 승진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병원 인사규정에는 병원에 크게 기여하거나 공적이 있을 때 병원장이 특별승진을 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1991년 개원 이래 지금까지 그러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A씨와 함께 심의를 받은 직종별 일반승진 대상자들은 모두 특별인사위에서 승진이 결정됐지만 병원장이 A씨의 특별승진 불발을 문제 삼아 결재를 하지 않고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병원의 한 직원은 “A씨는 평소 ‘수간호사가 되려면 나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말로 갑질을 일삼고 있고 직원간 소통과 화합이 아닌 편 가르기와 보복인사로 얼룩져 있어 근무할 맛이 안 난다”며 “과거 굵직한 대규모 사업들을 연달아 추진하며 활력 넘치던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충북대병원에 근무했던 전 직원은 “병원장과 그를 따르는 몇몇 측근들은 그동안 병원인사나 행정을 좌지우지 하면서 자신들의 뜻에 반하거나 전 원장의 사람으로 분류된 일부 부서장들을 평직원으로 강등시켜 모멸감과 수치심을 준 반면, 자신의 측근들은 연공서열을 파괴하면서까지 고속 승진을 시켰다”며 “병원장이 임기 내 A씨를 어떻게든 1급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규정까지 뜯어고치려 한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보복 당할 것을 우려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소 직원들 사이에선 실력이 아닌, 줄을 잘 서야하고 실세들에게 자칫 잘못 보이는 날에는 언제 어떻게 자리가 날라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이 곳은 환자들을 치유하는 병원이 아니라 마치 권력쟁탈을 위해 암투를 벌이고 있는 정치판과 같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 1100여명에 이르는 충북대병원 간호사를 총괄했던 전 간호부장 B씨의 경우 업무와 무관한 이유로 수차례 강등돼 평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 경리과장 C씨와 원무팀장 D씨 역시 보직이 박탈된 채 원무과 창구업무 등 일반직으로 주저앉힌 상태다.

이밖에도 병원 홍보와 대외언론을 담당하는 대외협력실의 기능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기존 대외협력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타 부서로 전출되거나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과거 대외협력팀을 전담하던 행정직 팀장자리에 정형외과 교수를 임명했지만 출입기자 대부분이 얼굴조차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대외업무 자체를 하지 않고 보직수당만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의료계 한 관계자는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인사만사(人事萬事)란 말이 있듯이 한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인사를 행함에 있어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처리해야만 할 것”이라며 “충북대병원은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자 국립대병원인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이뤄진 인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간호부장에 대한 승진도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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