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동양일보] ‘토를 달다’라는 건, 어떤 말끝에 덧붙여 말하다. 라는 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떤 말끝에 꼭 토를 달고 나서는 사람이 있는데, 가령 누가, ‘나 거기 가야 하는데!’ 하면. ‘꼭 거기 가야 돼?’ 하거나, ‘그 사람 참 사람 좋더라’ 하면, ‘좋긴 뭐가 좋아 잔소리꾼이지’ 하며 말끝에 덧붙여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그러냐고 넘어가야 할 것도 꼭 말끝마다 걸고넘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토를 달고 나서거나 토를 다는 사람은 대개가 그 누구에 대해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게염’ 이라는 말이 있다. ‘부러워하고 시새워서 탐내는 욕심’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이 경운기를 샀다. 지금까지는 쟁기로 밭을 갈고 호미나 괭이로 밭을 다듬어 왔는데 이 경운기를 이용하니 한결 수월하여 하도 신실한 나머지 이를 자랑삼아 동네 또래에게 얘기했더니, 이를 부러워해서 시무룩하게 듣고 있던 그 또래가, 그 자랑하는 친구가 미워지고 싫어져서 자기도 사야겠다는 욕심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게염을 부리는 사람 역시 불평을 은근히 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 불평을 품고 말로 떠들기도 하며 이를 행동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너 말여, 말 할려거든 떳떳이 햐.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시부렁거리지 말구” “아이구 할머니, 무슨 소리여유. 지가 원제 주책없이 실없는 말을 함부로 지껄였다구 그러유?” “꼭 너 시부렁시부렁 거릴 때믄 거 누구마냥 불평을 늘어놓는 것처럼 들리니 하는 말여” “할머니 귀가 어두워져서 그렇게 들리는 거여유. 저 할머니가 지목하는 그 게정꾼 아녀유. 알았어유?” “뭐 게정꾼, 맞다 맞어 그 녀석 지상이 말이지. 그래 그 게정부리는 그 게정꾼 뻔 나게 뭐 그리 불평불만이 많으믄 못 써!” “할머니, 할머니, 알았어유” ‘난 그냥 할머니 뭘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이것저것 주섬주섬 하시길래 좀 그만 하시고 인제 좀 편안히 쉬시라고 말했는데 엉뚱하게 받어 드리시니 원!’ “뭘 또 중얼거려. 나한티 뭐 불만 있어?” “아니유, 아니유" 그는 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게정, 곧 불평을 품고 떠드는 걸 말한다. 이 게정을 부리는 사람을 게정꾼이라고 한다. 여기선 지상이가 게정꾼이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붙인 별명이다. “지상이 그 녀석 말여, 뭐 그리 제 입맛에 안 맞는지, 뭐가 어떻다 뭐가 어떻다 씨부렁거리니 참 딱햐 딱햐!” “예나 지금이나 그런 사람이 있기 마련인가벼. 그러니께 ‘게정꾼’이란 말이 진즉에 나왔지” “게정꾼, 거참 오래간만에 듣네. 맞어 그런 말이 있지” “우리 동네선 시방 지상이가 꼭 그런 놈일세” 해서 이 말이 온 동네에 퍼졌다. 하루는 동네 장정들이 이 지상일 불러 앉혔다. “자네 말여, 자네가 하는 말을 남이 들으면 시국에 대해, 동네일에 대해 농정에 대해 또 누구에 대해 내 맘에 안 맞어서 중얼중얼 씨부렁씨부렁 대는 것 같은데, 그게 나쁘다는 게 아녀. 겉을 보면 속까지도 짐작해서 알 수 있어. 왜 그걸 모르겠는가!” “알다 마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은 불평불만을 일삼는 것으로 보네” “그러니 자네의 그 속셈을 차근차근 잘 정리해서 그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보게나. 겉으로 백날 떠들어야 소용이 없어” 이후 동네아낙들이 모여 지상일 놓고 말을 주고받는다. “지상이 그 총각 요새 통 볼 수가 없어 누구 본 사람 있어?” “내도 그려. 근데 그 엄니한테 들었는디, 집에 쑤셔박혀 종일 뭘 곰곰이 이리생각저리생각 하믄서 뒤척이다가 요즘은 아침만 먹으믄 아무 말 없이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온댜.” “우리 집 양반이 그러는디 낮에 면사무소에서 봤댜” “우리 집 양반은 군청에서 어제 봤다는디.” “여하간 뭐 그리 바쁜지 바깥으로만 돌이치는구먼” “여하튼 전 게정꾼이 않여” 그런데 이장이 동네 방송을 해 동네사람들이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나하고 지상이군이 면소며 군청에 드나들며 얘기한 끝에 우리 동네 도로를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순전히 지상군의 조리 있는 말 덕분입니다. 군담당자의 말이 있습니다. 그러다 지상군 자치단체위원으로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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