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지장기도 드린 석구 스님 10년 째 모셔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윤달 4월 초파일인 30일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제천 자은사로 찾아온 한 ‘지장보살상’에 얽힌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지장보살상’은 제천 자은사 석구 스님과 10년 전 인연을 맺었다. 석구 스님이 제천 정방사에서 자은사로 거처를 옮긴 첫 해였다. 석구 스님은 이 ‘지장보살상’을 당시 경북 청송의 깊은 산 속, 한 토굴에서 참선 수행에 집중하던 정견 스님에게 받았다.

청송의 정견 스님은 30년 동안 지장기도를 드려온 석구 스님이 바로 ‘지장보살상’을 소중히 모실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정견 스님과 석구 스님은 불가에서 말하는 ‘사행사제(스승이 같은 제자)’ 즉, 형제와도 같은 사이로 석구 스님이 그 동안 얼마나 정성스레 지장기도를 드려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좌고 39cm, 좌우 30cm, 앞뒤 21cm 크기의 이 ‘지장보살상’은 현재까지 어느 시기에 제작된 것인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팡이 같은 석장을 쥐는 표현이 없고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큰 특징이 있어 전문가들은 문화재로써 상당한 가치가 있는 불상으로 보고 있다.

해외로 반출될 수도 있었던 이 불상이 제천 자은사 석구 스님에게로 오게 된 사연은 이렇다.

1980년 ‘대선행’이라는 법명을 가진, 불심이 무척 깊기로 유명했던 한 여성(보살)은 어느 날 밤 흰 말 한 마리가 집 근처를 맴도는 범상치 않은 꿈을 꾼다. 다음날, 보살은 누군가 해외로 불상들을 반출하려다 공항세관에 걸려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달려가 ‘지장보살상’과 함께 ‘문수보살상’, ‘관세음보살상’을 구입했다.

보살은 이 날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불상 3구를 30년 동안 집 안에 소중히 모셨고, 그동안 남편과 함께 5남매를 키우면서 가족들은 평화로웠고 날로 번창했다.

10년 전 보살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자식들은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참선 수행만을 고집하는 정견 스님을 찾아갔다. 이들은 불상 3구를 전달하며 부디 어머니가 저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도해달라고만 부탁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 불상들이 언젠가 큰 돈이 될 수 있으니 잘 간직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들 5남매는 불심 깊은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머니가 부처님 곁에서 영원히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이들 가족에게서 직접 불상을 전달 받았던 정견 스님은 “보살님이 어찌나 불상을 소중하게 생각했던지, 극락세계에 가서도 불상들 옆에 머물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자녀들의 효심이 담긴 불상 3구는 정견 스님에게 소중하게 기증됐고 이 가운데 ‘지장보살상’은 30년간 지장기도를 드려온 제천 자은사 석구 스님에게 전달됐다. 불상을 받은 석구 스님은 개금(改金)을 하고 10년째 정성스럽게 모시고 있다.

지장보살은 모든 고통받는 중생들을 지옥에서 구제하는 보살로 불자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할 때 지장보살에게 드린다.

석구 스님은 “모든 세상사에 인연이 있듯 ‘지장보살상’을 모시게 된 것 또한 큰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베풀었던 자비와 사랑은 이처럼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상을 소중히 아끼고 기증한 이 가족들의 깊은 불심과 효심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더욱 큰 울림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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