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허태정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공약실천계획 평가에서 나란히 하위 등급을 받아 또 다시 체면을 구겼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020 전국 시·도지사 및 교육감 공약이행평가’ 자료를 보면 허태정 시장과 이춘희 시장은 각각 공약 완료·이행률이 27.52%와 37.24%를 기록, 하위 등급을 받았다.
앞서 이들은 리얼미터가 내놓은 올해 4월 전국 16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도 나란히 12위(허태정)와 14위(이춘희)를 기록했다. 이웃사촌인 이들 단체장의 초라한 시정 성적표를 바라보는 시민의 눈길은 싸늘하다.
분석에 따르면 허태정 시장은 109개 공약사업 중 완료 7개, 이행 후 계속추진 23개로 공약 완료·이행률이 27.52%에 머물렀다. 공약이행을 위한 재정계획 총계는 3조 9951억원인 반면 지난해 말까지 확보된 재정은 1조 510억원으로 26.31% 확보에 그쳤다. 확보된 재정의 구성비율도 국비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19.18%포인트 낮았다.
이춘희 시장도 145개 공약사업에 대한 완료·이행률이 37.24% 나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전체 계획 총계 대비 재정 확보율은 10.81%로 최하위 수준를 기록했다.
이처럼 낮은 이들 시장의 공약 이행률은 그들을 뽑아 준 대전과 세종시민들에 대한 결례다. 단체장의 지역 공약은 무수히 많은 지역의 요구 가운데 이것만큼은 꼭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엄선한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공약 이행 여부는 시정의 신뢰 문제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를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 단체장의 공약 이행률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정책성과를 거두었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약속(공약)을 실현했느냐가 올바른 지방자치 선거와 내실 있는 지방자치 행정을 이룰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내놓은 이번 광역자치단체장 공약 분석 결과는 민선 7기가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물론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돈 때문 일수도 있다. 지자체로선 감당할 수 없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형 개발사업을 턱 공약하고는 뒤에 ‘중앙정부가 돈을 안 줘서 못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일. 1조원이 넘는 재정계획을 잡아놓고는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허태정 시장의 4차산업혁명특별시 건립을 위한 ‘지식산업센터’ 조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단체장은 애초에 공약을 만들 때 가능성과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득표를 위해 불쑥 내지른 공약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고 지역주민 간 갈등을 증폭시킨 사례를 수없이 겪지 않았는가.
모쪼록 이번에 낮은 등급을 받은 허태정 시장과 이춘희 시장은 공약 전반을 다시 검토해 보기 바란다. 공약 가운데 버릴 게 있으면 절차를 밟아 포기해야 한다. 본인들의 욕심과 명예보다 대전과 세종, 그리고 지역주민의 발전이 우선이란 점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0.05.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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