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드디어 마셔봤다.
요즘 전 세계에서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달고나 커피’ 얘기다.
기생충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휩쓴 뒤 ‘짜파구리’가 인기라는 얘길 들으면서도 게을러서 만들어 먹어보지 못했는데, ‘달고나 커피’는 서울서 직장엘 다니는 조카가 휴일에 왔다가 만들어 줘서 시식을 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조카는 유튜브의 레시피 대로 인스턴트 커피를 물에 녹여 설탕을 넣더니 한없이 젓기 시작했다. 손목이 아픈지 젓기를 멈추고 팔목을 흔들길 반목하면서 쉬임없이 손을 놀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만들어졌다면서 우유 위에 달고나 크림을 얹어서 주었다. 비주얼이 제법 근사했다. 흰우유 위에 벨벳처럼 부드러운 갈색크림이 얹혀진 모습이 카페에서 파는 고급 커피 못지않아 보였다. 한 모금 마셔보니 달달한 것이 마실 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시간을 투자해서 고작 이걸 마시는가 싶어서 ‘이제 맛봤으니 됐다. 더 만들지 마라’고 했더니 조카가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코로나19가 만든 지구촌 최대 유행 오락거리라는 걸 아느냐고 한다.
그러고보니 달고나 커피가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된 것은 분명한 가 보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의 달고나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달고나 커피 만드는 법과 실제로 만들어 본 영상을 내보내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소셜미디어를 점령한 한국의 유행 커피”라며 달고나 커피를 소개하고, NYT는 달고나 커피가 이미 많은 카페에서 주요 메뉴가 됐다고 소개를 하는 걸 보면. 이밖에도 영국 데일리메일, 보그,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버즈피드 포스트, 인도 뉴스 사이트, 뉴질랜드 뉴스 사이트 등 세계 유명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의 달고나 커피를 소개했다. BTS 그룹은 브이라이브(V live)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달고나 커피를 소개하고 박말례 할머니를 비롯한 수많은 유튜버들이 영상을 올렸다.
구글·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등은 더 말할 것 없다. 달고나 커피의 영어명으로 통하는 ‘Dalgona’는 최근 30일 동안 83개 국가 내 커피 카테고리에서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이 검색됐다. 달고나 커피가 한국의 최신 트렌드에서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달고나 커피는 이미 상품화돼, 스웨덴에선 한류음식으로 소개되며 카페의 정식 메뉴로 등재됐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선 탐앤탐스, 공차, 커피빈, 요거프레소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앞다퉈 달고나 음료를 출시하고 있으며, 농심을 비롯 제과업계와 식품업계에서도 달고나를 활용한 다양한 간식거리를 출시 중이다.
도대체 달고나 커피가 무엇이기에 전세계가 이런 난리일까.
커피생산국이 아닌 한국이 믹스커피를 탄생시켜 역으로 수출하며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창의적인 생각이 주목받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달고나 커피의 유행은 코로나 19가 만들어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해외 매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기적인 상황과 간편한 레시피와 조리법이 맞물렸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간단한 재료로 직접 만들 수 있고 휘젓기를 계속하는 소소한 재미성이 인기를 얻게 됐다는 얘기다. 또 힘들게 만든 후 맛보는 달콤한 커피맛은 성취감과 함께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달고나 커피는 한국의 어른들 입맛에도 맞는다. 국자에 설탕을 녹여 식소다를 넣고 만든 달고나 과자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어린 시절 입맛을 사로잡았던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한류음식으로 ‘코리아 커피’로 알려지고 있다는 ‘달고나 커피’를 마시는 휴일 낮이 달달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사태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으로 행복감을 찾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코로나 위기도 곧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두유노? 달고나 커피”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은 연락달라. 한잔 만들어 드릴테니.